곽아람 Books 팀장

“그러자면 새 스웨터가 한 벌 필요하다. 밤나무나 큰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작은 풀과 나무, 마롱(마로니에 열매)의 겉 껍데기, 기와버섯 중 분홍빛 나는 빨간색 버섯의 색깔들을 몸 위에 걸쳐보면 좋다. 부드러운 양모 스웨터에 계절을 반영해보는 것이다. 대신에 스웨터는 새것이어야 한다. 모든 것이 조금씩 스러져가는 계절에는 새로운 불씨를 선택해야 한다.”

프랑스 작가 필리프 들레름의 에세이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문학과지성사)을 읽다가 ‘가을 스웨터’라는 글에 눈이 멎었습니다. 저자는 가을을 일러 “본격적으로 겨울이 오기 전의 공백에 불과하다”면서 가을을 만끽하려면 새 스웨터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몸이 털실에 푹 싸여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헐렁한 스웨터라야 한다. 그런 스웨터를 입게 되면 계절과 한 몸이 된다. 어깨에까지 흘러내려 뭔가 여지를 남겨놓는 스웨터.”

감각적인 문장들을 따라 읽어가며 ‘옷장 속에 어떤 스웨터가 있더라’ 생각해 봅니다. ‘아주 헐렁한 스웨터’는 없고, 무엇보다도 ‘새것’이 아니니 저자의 말처럼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한 벌 새로 사야 할까요? 파리지앵이 쓴 고상한 책이라 생각해 읽기 시작했는데, 이 정도면 ‘본격 쇼핑 부추김 에세이’ 같기도 하고…

10월도 어느새 막바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연례 행사를 치르고 나면 아마도 라디오에서는 이 노래가 흘러나올 겁니다.

“내가 버린 그녀가 이 노랠 들으면/흩어진 갈색머리 바람에 젖어 내 생각할까 (…) 11월 초겨울에 그리움 묻어와/갈색실 스웨터 보면 걸음 멈추는 나를 아니”(윤건, ‘갈색머리’)

차가운 바람과 함께 찾아온 스웨터의 계절. 새 스웨터는 아무래도 갈색이 좋겠죠?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