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곰

국경

구돌 지음|해랑 그림|책읽는곰|64쪽|1만8000원

오래전 28개월간 배낭여행을 했던 저자(여성)가 처음으로 걸어서 넘은 국경선은 인도-파키스탄 국경이었다고 한다. 힌두와 이슬람이 그 선을 경계로 나뉘었다. 파키스탄에서 여자는 버스 뒷문으로만 타고 내릴 수 있었다. 히잡을 쓰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는 여자는 더욱 환영받지 못했다. 어디선가 돌이 날아오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갈 때는 해발 4800m 지점의 세계 최고(最高) 국경 검문소를 통과했다. 주위 사람들이 순식간에 동아시아인으로 바뀌었다. 국경은 정치적 경계이자 종교와 인종, 문화의 경계다.

도서/국경/책표지

지도에서 국경은 가느다란 선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각국 국경의 다양한 풍경을 사실적인 그림으로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 한 건물 중간에 걸쳐 있어 한 발짝이면 쉽게 넘는 벨기에-네덜란드 국경과 달리 중국­-네팔 국경은 히말라야의 험준한 능선을 지난다.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국경에선 활기찬 시장이 열린다. 같은 미국의 국경도 캐나다 쪽은 도로에 페인트로 표시돼 있을 뿐이지만 멕시코 방면엔 높은 장벽이 버티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국경을 넘나들어 온 역사다. 지금도 기회와 일자리,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서 많은 이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 “종교와 철학, 문화와 예술, 과학과 기술이 먼 옛날부터 국경을 넘나들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우리는 국경을 넘어온 많은 것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경은 “새와 물고기는 자유로이 넘나들지만 배와 비행기는 그럴 수 없는 선”이다. 분단 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경계선 앞에서 느끼는 감각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남북 군인들이 대치한 판문점 장면에 이르면 책장 넘기던 손을 잠시 멈추게 된다. 장벽이 사라지고 헤어진 이들이 다시 만나는 날은 언제쯤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