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융 지음|이옥지 옮김|까치

아이링 칭링 메이링

장융 지음|이옥지 옮김|까치|488쪽|2만3000원

“중국에 세 자매가 있었습니다. 첫째 아이링은 돈을, 둘째 칭링은 나라를, 셋째 메이링은 권력을 사랑했습니다.” 흔히 쑹(宋)씨 삼자매는 이 동화 같은 표현으로 정리된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대륙의 딸’의 저자 장융의 신작에 따르면 이렇다. 첫째는 돈을 벌어 동생들을 부양했고, 둘째는 콩깍지에 씌어 ‘나쁜 남자’ 쑨원과 결혼했으며, 셋째는 남편 장제스를 사지에서 구해냈다. 중국 본토에서 최근 공개된 서신과 회고록은 물론 장제스가 쓴 57년간의 일기를 샅샅이 훑어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양안(兩岸)의 형성에 큰 역할을 했던 세 자매의 엇갈린 운명을 ‘오페라보다 흥미롭게’(영국 가디언) 풀어낸다. “중국의 현대사는 세 자매의 사적인 트라우마와 속속들이 얽혀 있다.”

국부(國父) 쑨원을 ‘혁명가인 것으로 유명한 혁명가’로 묘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쑨원은 신해혁명 당시 청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귀국을 미뤘던 기회주의자였다. 정권을 잡으려고 독일·일본·소련 등 외세에 중국 침공을 부탁했다. ‘삼민주의’는 실체가 없었다. 27살 어린 아내 칭링을 미끼로 적들의 시선을 돌려 탈출하고서는 아내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