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자이언트북스|392쪽|1만5000원
2055년 지구는 지금의 코로나와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재난 ‘더스트(dust·먼지)’와 맞닥뜨린다. 스스로 증식하는 붉은 먼지들은 급격하게 늘어나 대기층을 잠식하고, 먼지를 들이마신 인간은 피를 토하며 죽게 된다. 인간은 둥근 지붕으로 덮인 도시 ‘돔시티’를 개발해 간신히 생존한다. 문제는 모든 인간이 살기에는 돔시티가 부족하다는 것. 다른 사람의 죽음을 딛고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아포칼립스(종말)의 시대, 이타적이거나 연약한 사람은 도시 밖으로 쫓겨난다. 기적처럼 돔 없이도 살 수 있는 숲속 공동체 마을이 생긴다. 더스트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식물이 마을 언덕 위에 있는 커다란 온실에서 개발됐다.
소설은 독자에게 질문한다. 당신이라면 이 식물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 인류를 구하는 데 쓰겠느냐고. 당신을 착취하고 내팽개친 이들을 위해 사랑과 관용을 베풀 수 있느냐고 말이다. 2019년 과학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장르를 넘어 여러 독자의 지지를 얻은 김초엽의 첫 장편소설. 생화학 전공자답게 그럴듯한 과학적 근거 위에 이야기를 쌓아 사랑, 윤리 등 인문학적 주제를 다룬다. 작가가 그리는 자연은 인위적으로 설계된 자연이다. 인간은 더스트를 만들고, 그것에 멸종 위기까지 몰린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를 파멸할 수도, 구원할 수도 있는 존재다. 온실에서 사람을 살리는 식물을 만든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팬데믹 사회의 우리에게 온실과 온기가 더욱 절실하다고 소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