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 발발 이후 탈레반이 저지르는 끔찍한 일들을 바라보면서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저런 이들이 아프간 정권을 차지하게 된 배경은 뭘까’라고 궁금해 하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주 Books는 이번 아프간 사태를 정치, 여성, 문화 등 다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을 양지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소개했습니다. 부시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판하며 움베르코 에코가 언급해 유명해진 피터 홉커크의 책 ‘그레이트 게임’부터 아프간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그린 할레드 호세이니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간다라 미술 전문가 이주형 서울대 교수가 바미안 대불을 비롯한 아프간 문명에 대해 쓴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까지 다양한 책들을 만나 보시죠.
[영국·러시아·소련·미국도 졌다… 이 땅은 ‘제국의 무덤’]
부르카를 입지 않아 살해당하고, 교육받은 사실을 감추려 대학 졸업장을 숨기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최근 읽은 데버라 펠드먼(35)의 회고록 ‘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사계절)를 떠올렸습니다.
펠드먼은 뉴욕의 유대교 초정통파 공동체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율법이 최우선인 이 사회에서 여성에겐 ‘탈무드’를 읽는 것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결혼을 하면 머리를 박박 깎아야 합니다. 남편 외의 남자에게 머리카락을 보여 음심(淫心)을 자극하면 안 되기 때문이죠. 열일곱 살에 중매결혼을 해 열아홉에 아들을 낳은 펠드먼은 스물 셋이던 2009년 아이를 데리고 공동체에서 탈출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내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율법을 어기고 자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아들을 죽인 아버지를 공동체가 감싸고 도는 걸 목격한 일이 큰 계기가 됩니다.
펠드먼 이전까지 공동체를 떠난 여성이 양육권 소송에서 이긴 사례는 없었습니다. 공동체는 몸값 비싼 유대인 변호사들을 고용해 공동체를 배신한 여성에게 벌을 주곤 했죠. 그렇지만 펠드먼은 달랐습니다. 회고록을 썼고, 그 회고록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에서 화제가 되면서 소송에서 승리했죠. 그는 현재 아이와 함께 베를린에 살고 있습니다. 그의 회고록은 각색되어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유대교든 이슬람이든, 종교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극단으로 치달은 모든 종교는 광기를 띠게 되죠. 슬픈 것은 신(神)의 뜻으로 포장된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대개 희생양이 되는 건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과 아이라는 사실입니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벗어던지고 자유롭게’는 마흔 두 살에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해 맨해튼의 성공한 사업가로 살고 있는 줄리아 하트(50)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초정통파 교리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려는 열네 살 막내아들에게 하트는 “근본주의가 네 인생을 망치게 두진 않을 거야”라고 합니다.
“난 그냥 평범한 유대인이에요”라고 하는 아들에게 하트는 울면서 말하죠.
“아니야, 얘야, 세상에는 현대의 정통 유대인이 수백만은 돼. 샤보스(안식일)와 코셔를 지키면서도 너처럼 생각하진 않지. 넌 지금 독실한 유대인이 아닌 근본주의자인 거야. 엄마도 그 세상에 살았어. 작고 슬픈 세상이지. 거기서 여자는 인생의 목적이 하나뿐이야. 결혼해서 애 낳는 거. 엄마가 정말 걱정하는 게 그거란다. 내 아들이 아는 유일한 세상이 그런 세상인 건 싫거든.”
우리는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에겐 어떤 세상을 가르쳐주고 있는 걸까요? 하트의 말을 곱씹으며 되물어 보았습니다. 곽아람 Books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