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양윤옥 옮김|현대문학|568쪽|1만8000원

국선 변호사가 차 안에서 칼에 찔린 상처를 입은 채 시체로 발견된다. 피해자의 딸은 수사관에게 이런 말을 한다. “원한을 살 만한 분이 아니셨어요.” 수사 도중 의외의 인물이 살인 자백을 한다. 그는 33년 전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짜 범인도 자신이라 고백한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종결됐고 공소시효도 지났다. 이번엔 용의자의 아들이 비슷한 말을 한다. “그런 짓을 할 만한 분이 아니셨어요.” 수사관은 두 자녀와 함께 두 개의 살인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등단 35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작품이자 97번째 책. 그간 과학·의학·SF·판타지 등 다양한 요소를 저글링하며 작품을 빚어 온 작가는 초창기에 선보였던 정통 ‘사회파’ 추리소설을 들고 나오며 그 이력에 방점을 찍었다. 소재나 기법의 참신함을 선보이기보다 장르의 전통 공식을 성실히 따른다. 고참과 신참 경찰이 콤비를 이뤄 진범을 추적하고, 용의자와 가족의 동기와 심리가 펼쳐진다. 과거 경찰의 오인 체포와 과잉 심문, 공소시효 폐지, 소셜미디어 시대 마녀 사냥과 언론 보도 등 사회문제도 녹였다. 책장을 휙휙 넘어가게 하는 작가의 특기는 여전하고, 꽁꽁 감춰지던 진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낼수록 읽는 쾌감은 상승한다. 선량한 두 남자는 피해자와 가해자 신세가 됐다. 소설은 선의가 어떻게 비극을 낳는지 보여주면서 죄와 벌, 용서와 구원 등 묵직한 주제를 질문으로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