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 안았다.”
광복절 즈음이면 늘 생각나는 문장입니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결말 부분, 수양딸 양현으로부터 방금 라디오에서 천황이 항복을 선언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서희가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고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정말이냐…” 물은 다음의 구절이지요. 차꼬와 수갑을 뜻하는 ‘질곡(桎梏)’이라는 단어를 감각적으로 잘 풀어낸 문장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항일과 친일,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 온 주인공 서희가 질곡의 세월에서 마침내 해방되는 순간이기도 하니까요.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라고 시작하는 ‘토지’는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소설의 마지막 두 문장은 서희도, 남편 길상도 아닌, 최참판가 집사 장연학을 클로즈업합니다. 그는 최참판가와 연관된 항일운동 업무를 총괄해 온 인물이지요.
“이때 나루터에서는 읍내 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둑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모자와 두루마기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동저고리 바람으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 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광복 75주년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관련 도서 출간도 뜸하고 조용하지만, 그래도 내일은 광복절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