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강화길 지음|문학동네|312쪽|1만4000원
소설의 여성 화자는 “악령에 쓰였다”고 고백한다. 진심으로 바라는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마다 악의에 찬 목소리가 훼방을 놓기 때문이다. 친구를 사귀고자 하면 욕설을 퍼붓고, 유리창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게도 만든다. 화자가 절실하게 하고픈 일은 소설 쓰기. 악령은 속삭인다.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거야.” 그는 악의에 독기로 맞선다. “잔인하고 못된 감정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쓰겠다.” 그렇게 악의는 원한을 낳는다. 화자는 소설 취재를 하며 인천의 ‘대불호텔’ 터를 방문한다. 폐허에서 한 유령을 보는데, 과거 호텔에서 사망한 여자와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말을 듣는다. 유령이 된 여자의 삶을 추적해 소설에 담는다. 6·25전쟁 직후 대불호텔에서 일어난, 악령의 소행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사망 사건과 미스터리가 액자식으로 소설 속에 구성된다.
소설가 강화길은 중세 고딕 양식 건축물처럼 음산한 분위기를 낸다는 의미의 ‘고딕 소설’을 표방한다. ‘장화홍련전’처럼 여자가 죽고 원한을 품는, 고전적인 향취가 가득한 이야기가 모던한 이미지의 ‘호텔’에서 세련되게 변용된다. 원한은 “풀리기 전에는 풀리지 않는 마음”으로 정의된다. 그렇기에 그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람들은 죽고 죽는다. 뿌리 깊은 원한은 사회적 약자에게서 나온다. 전후 좌익과 우익 사이의 증오, 화교에 대한 혐오, 주체적인 젊은 여성에 대한 억압 등으로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 악령이 된다. 그 악령은 이렇게 말한다. “원한을 갖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그런 건 선택하는 게 아니야. 어차피 원한은 나를 찾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