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또 왜 그래? 이따 술 한잔 해”

퇴사하겠다는 팀원에게 이렇게 말한 초보 팀장 A씨. 과연 잘한 걸까? “같은 팀원이었을 때는 술자리에서 함께 회사 욕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로 충분하지만 팀장은 ‘술 한잔’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 게다가 ‘또’라는 단어를 썼다면 팀원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최근 서점가에 쏟아진 팀장 리더십 책들. 권위주의 기업 문화에서 교육받았지만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팀원들과 소통해야 하는‘낀 세대’팀장들을 타깃으로 한다. /센시오·교보문고·청림출판·길벗

리더십 전문가 남관희, 윤수환씨가 쓴 ‘팀장은 처음이라’(교보문고)에 나오는 내용이다. 올 초 출간된 이 책은 현재 3쇄를 앞두고 있다. 김혜영 교보문고 출판파트 차장은 “중간관리자급이 되면 업무 능력보다 리더십이 중요해지므로 다들 고민에 빠지더라. 처음 리더가 된 초보 팀장들이 주로 많이 사 본다”고 했다.

‘팀장의 말투’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팀장의 탄생’ ‘어쩌다 팀장’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586 세대 선배들에게 교육받았지만 MZ 세대 후배들을 통솔해야 하는 ‘낀 세대’ 30대 후반~40대 초반 팀장급들이 리더십에 혼란을 느끼면서 이들을 겨냥한 책들이 서점가에 쏟아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7월 ‘팀장’을 키워드로 한 서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6% 증가했다. ‘왜’가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명령에는 수긍하지 않는 MZ세대 팀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최근 출간된 팀장 리더십 책의 특징이다. 올해 초 팀장을 단 김소영(41)씨는 “팀장 리더십 책을 연달아 읽었다. 우리는 ‘까라면 까’ 식의 권위적인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후배들은 그렇지 않다. 바람직한 롤 모델을 고민했지만 회사에서는 찾을 수 없어 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언어 전문가 김범준씨가 쓴 ‘팀장의 말투’(센시오)의 부제는 ‘일이 힘든 건 참아도 팀장의 말투는 못 참는다’. “팀원이 바뀌길 기다리는가?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나’를 바꾸라”면서 “팀원에겐 팀장의 말투가 최고의 복지라는 걸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팀원이 사고 쳤을 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말 등을 세세히 알려주는 이 책은 센시오 출판사가 지난 3월 론칭한 ‘팀장의 서재’ 시리즈 중 한 권. 김재현 센시오 기획책임자는 “주 52시간 근무 정착 등 일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회사가 팀장에게 요구하는 목표는 줄어들지 않는다. 위에서도 치이고 아래에서도 치이는 팀장급에게 조언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수평적인 리더십에 대한 롤 모델이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실리콘 밸리 사례를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페이스북 부사장을 역임한 줄리 주오가 쓴 ‘팀장의 탄생’(더 퀘스트), 리더십 컨설팅 기업 캔더 공동창업자 킴 스콧이 쓴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청림출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솔직함’을 강조하는 것이 실리콘밸리 발 책들의 특징. ‘팀장의 탄생’은 “팀장은 신(神)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라”고 조언하며,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은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팀원들에게 솔직하게 쓴소리하라”고 말한다. 유예진 더퀘스트 팀장은 “미국과 국내 현실이 달라 100% 적용 가능하지는 않지만 ‘좋은 팀장이 되고 싶고 팀의 성과를 올리고 싶다’는 마음은 만국 공통이라 30~40대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