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서 수영을 해. 수영하고 나면 다시 그림을 조금 그려. 햇빛이 나면 호숫가를, 날이 흐리면 내 방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려. 오후가 되면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거나 독서하며 시간을 보내고, 간식 시간 전에 다시 한번 호수에 몸을 담가. 이따금 다른 것을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영을 하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북부의 호수 아터제에 머물 때 연인 미치 치머만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는군요. 그가 그린 아터제는 평온한 옥색 물결로 넘실댑니다. 피카소에게 수영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삶의 원동력이었고, 마티스는 노환으로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자 파란 물감 칠한 종이를 가위로 오려 자신만의 수영장을 만들었답니다.
무서울 정도로 폭염이 심했던 날, 화가 우지현씨의 에세이집 ‘풍덩!’(위즈덤하우스)을 펼쳐 이런 이야기들을 읽었습니다. 수영을 소재로 한 그림 100여 점에 짤막한 글을 덧붙인 이 책은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독자들 마음을 위로하며 출간 한 달 만에 3쇄를 찍었답니다.
뜨거운 태양이 기세 좋게 이글대자 서점가에도 여름 책이 강세입니다. 작년 5월 나온 ‘아무튼, 여름’(제철소)은 모두 2만부 팔렸습니다. 한동안 판매가 뜸하다가 여름이 가까워지며 다시 독자들의 부름을 받기 시작, 지난 석 달간 바짝 7000부가 팔렸다네요. ‘계절 상품’으로 자리 잡은 이 에세이의 저자 김신회씨는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적었습니다. 문득 궁금합니다. 언젠가 세월이 많이 지나면, 마스크에 점령당한 이 여름의 ‘나’도 그리워하게 될까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