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의 과학 /최강 지음, 동녘사이언스

도핑의 과학

최강 지음|동녘사이언스|332쪽|1만6800원

도서 '스포츠의 탄생'. 볼프강 베링거 지음|강영옥 옮김|까치

스포츠의 탄생

볼프강 베링거 지음|강영옥 옮김|까치|528쪽|2만5000원

논란과 혼돈, 진통이 다 해결되지 못한 채로 도쿄올림픽이 예정보다 1년 늦게 막을 올렸다. 온 세상을 멈춰 세운 바이러스 소용돌이 속에서 기어이 개최되는 올림픽을 보며 궁금해진다. 올림픽이란, 더 나아가 스포츠란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이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전 세계가 한자리에 모일까.

‘도핑의 과학’과 ‘스포츠의 탄생’은 승패와 순위를 넘어 올림픽 관전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는 책이다. 정신과 전문의가 쓴 ‘도핑의 과학’은 유명 스타와 각종 사례, 다양한 약물 효과와 부작용까지 풍성하게 실려 일단 흥미롭다. 기원전 700년경 그리스 고대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양의 고환이나 심장을 먹었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의 정체는 몰랐겠지만 경험적으로 터득한 지혜로 경기력을 끌어올렸던 것이다. 100여 년 전까지 약물과 도구 사용은 과학기술 발달을 상징해 오히려 장려됐고, 50여년 전에도 선수들은 죄책감을 갖지 않았다. 스포츠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행위로 규정되면서 반도핑 운동은 2차 대전 이후 본격화됐다. 세계반도핑기구는 1999년 창설됐다.

1993년 세계선수권 높이뛰기 경기에 나선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 그해 그가 작성한 세계 기록(2.45m)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1999년 도핑 검사에서 코카인이 검출돼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고,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이 나온 2001년엔 은퇴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와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힝기스가 사용한 코카인, 미국 수영의 릭 데몬트가 천식 치료를 위해 복용했으나 1972 뮌헨올림픽 금메달 박탈로 이어진 에페드린, 안정 효과로 한때 골프계에 만연했다는 베타 차단제 등이 소개된다. 냉전 시대 동독은 국가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스테로이드를 비타민으로 속여 선수들에게 먹였다. 근육 키우는 효과는 탁월했지만 남성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여자 선수가 성전환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잡아내려는 검사관과 빠져나가려는 선수의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이 특히 흥미롭다. 도핑 수법도, 적발 기술도 계속 발전하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야구의 타자 배리 본즈는 알려지지 않은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적발을 피했다. 금지 약물을 확인하려면 견본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검사의 허점을 이용했다. 저자는 수술, 장비, 기술 등으로 도핑 개념과 범위를 확장하면서 기준과 대책 마련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선수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가 지켜야 할 가치와 공정성에 대해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 토기에 그려진 범그리스 제전의 육상 선수들./까치

‘스포츠의 탄생’은 시대별로 스포츠가 갖는 의미를 탐구한다. 독일의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포츠가 종교, 정치, 사회, 교육 등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발전해온 궤적을 공식 문서와 서신, 회고록, 기사 등을 토대로 살핀다. ‘즐기기 위한 활동’으로서 스포츠를 다루면서 “스포츠는 각 문화에서 고유한 특성을 체험할 수 있는 인류학적인 상수(常數)”라고 강조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스포츠 경기는 신을 기리는 숭배 의식의 일환이었다. 중세 기독교는 스포츠를 부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기사라는 사회적 계층이 등장하면서 마상 시합이 인기를 끌었고, 군사훈련으로 궁술과 사격도 번성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인간 신체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스포츠 위상도 높아졌다. 폭력적 힘 겨루기가 기술과 우아함의 과시로 바뀌어갔다. 근대 인쇄술과 교통 발달에 힘입어 스포츠 규정과 교본 등이 체계화·표준화돼 퍼져 나갔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부활한 올림픽은 각국이 ‘상상의 공동체’로서 힘을 평가하는 이상적 무대로 자리 잡았고, 전 세계 위성 중계 시대가 열리자 메가 이벤트가 됐다.

저자는 올림픽 정신인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힘차게’만으로는 이제 스포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근대 이전부터 스포츠가 신분의 한계를 넘어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 단결의 수단이 됐다는 데도 주목한다.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방대하게 다룬 책으로, 일상에서 즐기고 열광한 역사 속 스포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