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소설가/정민영

소설가 윤성희는 담백한 언어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들로 현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이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문학동네)을 펴냈다. 표제작 속 아빠와 고모는 3년 전 싸운 뒤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내다, 고모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하자 얼굴을 마주한다. “그거 거짓말이야. 다들 속았지” 고모의 말에 가족들은 황당해하면서도 웃으며 다시 가까워진다. 사소한 계기로 삶의 체증은 해소될 수 있다. 더위로 지친 이에게 책이 그러기를 바라면서 그가 다섯 권을 추천했다.


제목저자분야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그림책
천개의 아침메리 올리버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소설집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최은미소설
자전소설 쓰는 법알렉산더 지


더운 여름에는 뒹굴뒹굴이 최고다. 뒹굴뒹굴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가지 의미가 나온다. 이리저리 구르는 모양을 뜻하기도 하고 하는 일 없이 게으르게 놀기만 하는 모양을 뜻하기도 한다. 더운 여름에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섞은 뒹굴뒹굴이 좋다. 차가운 방바닥을 찾아 오른쪽으로 굴렀다가 다시 왼쪽으로 굴렀다가. 나는 오른쪽에도 책을 쌓아두고 왼쪽에도 책을 쌓아둔다. 오른쪽 책들은 천천히 읽는다. 왼쪽 책들은 더듬더듬 읽는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오른쪽에 두어도 좋고 왼쪽에 두어도 좋을 책이다. 말을 더듬는 아이에게, 슬픔에 가득 찬 아이에게, 아빠는 말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그래서 아이는 울고 싶을 때마다 그 말을 중얼거린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아이처럼 나도 그 말을 중얼거리고 나면 이상하게 몸 속에 단어들이 가득 차는 것 같다. 그러면 마냥 게으른 하루 같은데도 마냥 충만한 하루 같게 느껴진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