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문학자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문학동네

“감사할 줄 모른다면, 그대가 옳지 않은 것이고/감사할 줄 안다면, 그대 형편이 좋지 않은 것.”

독문학자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가 운영하는 경기도 여주의 여백서원 오솔길에 괴테의 이 시구(詩句)가 적힌 비석이 놓여 있습니다. 다른 시구에는 많이들 공감하는데 유독 이 시구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답니다. 잘 이해 안 된다는 이들에겐 굳이 설명하지 않고 “이 구절이 이해 안 되시면 행복한 분이라 좋습니다” 정도로 얼버무린다고 전영애 교수는 최근 낸 에세이집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문학동네)에 적었습니다. “형편이 정말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이 아무리 작더라도 얼마나 사무치게 감사한 것인지는 그 혹독한 경험이 있어야 알 수 있는 것인데, 그걸 아는 게 꼭 좋은 일만도 아닌 것 같아서다.”

곽아람 Books 팀장

전 교수는 2011년 동양 여성 최초로 바이마르 괴테학회로부터 괴테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학자의 길을 걷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답니다. 대학 입학 무렵 아버지가 실직해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고 대학원 다닐 땐 교수로부터 여자가 감히 학문을 하려 한다며 “너는 비극의 씨앗”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군요.

그렇지만 문학하는 이에게 역경은 세상을 넓게 보는 힘이 되기도 하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이/근심에 찬 여러 밤을/울며 밤을 지새워보지 않은 이/그대들을 알지 못하리, 천상의 힘들이여”라는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구절을 짚으며 그는 “진정으로 감사하고 섭리까지 헤아리는 힘을 우리는 고난을 통해 얻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오솔길을 지나는 젊은이들을 반드시 멈춰 서게 한다는 또다른 괴테의 시구를 가만히 입안에서 굴려보는, 오늘은 주말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