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박여명 옮김|372쪽|더숲|1만8000원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날은.”
노부인이 손을 내밀어 나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나무로 할게요.” 말기 암 환자였던 그는 독일 중서부 휨멜의 활엽수림에서 안식처를 찾았다. 수령 200년이 넘는 이곳 너도밤나무 숲은 벌목을 피해 살아남았다. 대부분 나무가 100살이 되기 전 잘려 목재로 팔리는 독일의 다른 숲에선 볼 수 없는 숲. 산림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생태 작가인 저자가 시 당국과 의기투합해 99년 임대 형식의 수목장 숲으로 조성한 덕이다.
독일 숲을 대표하는 늘씬한 침엽수림은 대부분 인공 조림(造林)한 것. 저자는 인공 숲이 ‘돈벌이를 위해 조성된 녹색 무대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무는 시한부 수명의 목재 원료, 동물들은 성가신 방해물 취급을 당한다. 저자가 산림청 공무원을 그만두고 자연 숲을 가꾸기 시작한 것도 숲을 구하기 위해서다. 숲의 기억, 숲과 살아가는 기쁨에 관해 말할 때면 그 숲속의 공기와 냄새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