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이름을 왜 ‘까치’라 지었냐고, 고(故) 박종만(1945~2020) 까치 글방 창립자 생전에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답게 그의 답은 간결했습니다 “영국에 ‘펭귄’이라는 출판사가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까치’ 하지 뭐, 했지. 길조(吉鳥) 이기도 하고.” 지난해 6월 그가 타계했을 때, 독자들은 추모의 마음과 함께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했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처럼, 좋은 책을 만들어 많은 이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까치였다.”

그의 1주기를 기리는 추모집 ‘출판인 박종만’이 비매품으로 발간됐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쓴 글과 가족·지인들의 추모글을 엮었습니다. 딸 박후영 까치글방 대표가 서문에 썼습니다. “아버지는 시원한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못하였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지만 꿋꿋하게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셨습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주제의 책들이 돈이 된다더라며 조언하면 ‘나까지 낼 필요 있나’ 하시며 흔들림 없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까치가 펴낸 책의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콘텐츠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죠. 스티븐 호킹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 사마천의 ‘사기’,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같은 명저들이 박종만 창립자의 손을 거쳐 한국 독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꼭 필요하지만 소개되지 못한 책을 내자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지요. 암 투병 와중에도 원고의 최종 교열을 직접 보았던 분. ‘팔리는 책’만 주목받는 시대, 꿋꿋이 제 길을 갔던 그의 장인정신이 그립습니다. 곽아람·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