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27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편기본소득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5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바네르지와 뒤플로 교수 부부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이 지사가 “기본소득은 복지적 경제정책”이라고 하자, 윤 의원은 “경제학개론과 싸우자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20세기는 ‘복지국가’ 21세기는 ‘기본소득’이 복지계의 ‘잇 아이템(최고 인기 상품)’이 됐다. 정치권이 아닌 경제학자들이 바라본 기본소득은 어떨까. 경제 석학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관련 저작을 통해 정리해봤다. 코로나 양극화가 피부로 느껴지는 지금, 선거를 앞두고 현금 살포성 복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좌우 양쪽에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바네르지·뒤플로 “가난한 나라에는 효과적, 선진국에는 답 아냐”

최근 이재명 지사와 윤희숙 의원의 기본소득 논란에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부부가 다시 주목받았다.

주요 경제학자가 주장하는 기본 소득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상황에서는 기본소득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부부 경제학자의 입장이다. 인도에서 효과적인 정책이 미국에서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것. 지난해 국내 번역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이들은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에서 기본소득이 갖는 유용성은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행정력이 떨어지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별도 절차 없이 기본소득 형태로 현금을 살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선진국에서는 (생존을 위한 돈이 아닌) “중산층이라 여겼던 많은 사람이 직업을 통해 얻었던 자존감을 상실한 것이 부유한 나라가 처한 위기의 진정한 속성”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답이 아니라고 본다.

기본소득으로는 ‘뒤로 밀려난 사람들’ 즉 실업자의 분노를 완화할 수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사람들은 대개 일을 하고 싶어하며, 그 이유는 돈이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일이 목적의식, 소속감, 존엄성을 느끼게 해주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지킬 것을 주장한다. 구체적으로는 노인·아동 돌봄 등 노동집약적인 공공 서비스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한다.

◇피케티 “모두에게 1억6000만원씩”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은행나무)에서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한발 더 나아간다. 프랑스인이 25세가 되면 12만유로(약 1억6000만원)의 최소자산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일종의 ‘기본자산제’라고 부를 법한 정책이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임금소득보다 자산소득이 더 빨리 증가한 것이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는 기본소득을 통한 불평등 완화는 더디거나 효과가 없다. 그래서 그는 ‘최소자산 제도’라고 부르는 기본자산제를 통해 이를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피케티는 프랑스 연간 세입의 5%가량 되는 예산이면 전 국민이 25세가 될 때 최소자산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10만~20만유로의 자산을 갖게 되면 많은 게 달라진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주어지는 것이 뭐든 그저 수용해야 한다. 집세를 내야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 아무 월급이나, 아무 노동 조건이나 받아들이는 신세로 전락한다. 적은 금액이라도 자산을 보유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에게는 선택권이 생긴다.”

피케티는 ‘기본자산제’를 의료보험과 기본소득 등의 다른 사회복지 제도와 병행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 논의에서 상당히 급진적인 입장이다.

◇스티글리츠 “장점 있지만, 문제는 ‘실업’”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로, 좌파 성향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피케티와 생각이 다르다. 올해 초 국내 출간된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에서 미국 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만이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평등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안전장치로 기능을 한다. 실업보험이나 푸드스탬프처럼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데 따른 행정적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효과를 인정한다.

다만 그는 회의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기본소득이 본질적인 경제 문제, 즉 실업이 인간 존엄성에 미치는 폐해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인들이 실업자 딱지가 붙은 채 나라가 주는 돈으로 연명하기보다 일하기를 원한다고 봤다.

그는 기본소득보다 정부의 고용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시장이 실패한다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