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책세상)는 평양냉면 같은 책이다. 이 소설에 대해 몇 십 분이고 수다를 쏟아낼 수 있는 열혈 팬들이 있다. 반면 ‘나는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던데’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꽤 있다. 그래서 추천하기가 다소 조심스러워진다. 취향을 타는 책이다.
게다가 이 작품의 재미가 시치미를 뚝 떼고 현란하고 능청스럽게 풀어놓는 유머에 있기 때문에 이걸 제대로 소개하기가 지극히 까다롭다. 이 SF 소설의 우주적 농담은 혼자 읽을 때는 배꼽 빠질 듯 웃기지만 그걸 남에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원래 농담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특히 복잡하고 지적인 농담일수록.
“진짜 유머가 끝내준다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우주 종말 직전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그러면 거기 종말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모여 있겠지? 자기 종교의 예언이 실현되는지 확인하려는 교인들도 와 있을 테고 말이야!” 이런 말을 한참 떠들면 상대는 어김없이 ‘얘는 왜 흥분해서 저 혼자 웃고 난리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데 때로는 농담으로만 닿을 수 있는 진실도 있다. 너무 단순하고 심오한 질문의 답은 태양처럼 맨눈으로 똑바로 볼 수 없고, 그렇게만 간신히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하는 것. ‘은하수를’에 따르면 그 메시지는 어느 먼 행성의 산맥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책으로 확인해 보시길. 읽어보면 ‘그래, 이거야’ 하고 수긍하게 된다.
‘은하수를…’은 국내에 모두 여섯 권이 번역됐는데, 마지막 권인 6권은 애덤스가 사망한 뒤 다른 작가가 집필했다. 낱권으로도 팔지만 애덤스가 쓴 원래의 1~5권은 합본판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1236쪽에 무게가 1.68kg인, 그 자체로 약간 농담 같은 책이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니나 싶은데 의외로 이 합본판이 인기가 좋아서, 2005년 출간 이후 3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최근 3년간 판매 수치는 합본판이 시리즈 1권보다 오히려 더 높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