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생활 인문학
스파이크 칼슨 지음|한은경 옮김|21세기북스|448쪽|2만원
일단 포치(porch) 이야기부터 해 보자. 포치가 뭐냐고? 서양식 건물의 현관에서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와 지붕으로 덮인 부분을 말한다. 보통 흔들의자나 그네의자를 두어 바깥 공기를 쐬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쓴다. 집을 즐겨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서 인물들이 대화를 하거나 햇볕을 쬐는 장소이기도 하다.
40년간 목수로 일하며 글쓰기를 해 온 저자는 “미국에 여러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출신지의 건축 양식을 가져왔지만, 미국의 현관 포치에는 미국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한다. 1775년 독립전쟁 이후 미국인들은 영국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바랐는데, 이는 결국 미국만의 새로운 건축 양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양식이든 앤 여왕 양식이든 저택 모두에 현관 포치가 당당히 자리 잡았다.
1870년부터 1920년까지는 포치의 전성기였다. 포치는 피곤한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잠깐 쉬어가는 장소였고, 집 앞을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며 소식을 전하는 친교의 장이기도 했다. 기술의 발달은 포치의 쇠퇴를 불러왔다. 도보로 이동할 때 잠시 멈춰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차를 몰게 되면서 포치를 그냥 지나쳐버렸다. 에어컨이 설치되면서 더위를 이기기 위해 현관 밖으로 나가거나 밖에서 낮잠을 잘 일도 없어졌다. 1930년대에 이르면서 포치는 마지막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최근 포치는 부흥하고 있다. 포치에 앉아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피는 사람들 같은 ‘거리의 눈’ 덕에 동네가 더 안전하게 유지되고 공동체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다. 오늘날 미국 전체 주택의 거의 3분의 2에 포치는 어떤 형태로든 구비되어 있으며 남부에서는 그 수가 85%에 달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더 포치를 동경한다. 그들에게 포치는 낡았다기보다 ‘힙'하게 느껴진다. ‘전문 포치 사용자 연합 1339′ 설립자 클로드 스티븐스의 주장이 밀레니얼이 포치를 사랑하는 이유의 실마리가 된다. “포치는 한 동네가 누군가를 환영한다는 인상을 주는 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우리가 집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한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장소다.”
하수도, 우체통, 비둘기, 쓰레기 등 걸어서 도시를 탐색하며 만난 공간과 사물에 대한 사유와 잡다한 지식을 총망라한 빌 브라이슨 유의 책이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저자의 눈에 비친 지극히 미국적인 풍경이 담겨 있어 우리에겐 좀 낯설긴 하지만 그 덕에 여행이 제한된 팬데믹 시대의 드문 감각인 ‘이국적인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우편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미니애폴리스 우편 물류센터에서 우편 분류를 담당하는 기계의 애칭은 ‘바니’인데, 이 ‘바니’는 하루에도 여러 번 지갑을 골라낸다. 지갑을 주운 사람들이 어떻게 할지 몰라 지갑을 우체통에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에 접착제를 바르거나 쥐덫에 쓰이는 끈끈이 종이를 우체통에 넣어 현금, 상품권, 수표가 들어 있는 봉투를 훔치는 ‘우편낚시’는 뉴욕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미국우정공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길모퉁이 우체통 7000개를 틈새가 좀 더 작은 우체통으로 개조했다. 1년에 미국 집배원 1만3000명이 부상을 입는데 그중 개에 물리는 사고가 6000건이나 된다.
‘건너편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는 미국 속담은 사실이다. 우리 집 마당을 똑바로 내려다보면 풀잎 사이로 흙과 빈틈이 보이지만 비스듬한 각도로 이웃집 마당을 바라보면 녹색 잎만 보이기 때문이다. 볏과 식물인 잔디는 분류학적으로는 풀에 속한다. 잔디를 깎기 위해 시간을 들이거나, 환경에 유해한 가스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양이나 염소를 빌려올 수도 있다. 양이나 염소는 하루에 체중의 25%에 달하는 초목을 먹기 때문이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 뉴욕 리버사이드 공원 관리인들은 옛날 귀족처럼 염소를 이용해 일부 지역의 잔디를 깎는다.
“코로나 19 때문에 동네 산책과 주변 사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작가의 말은 “이 팬데믹에서 많은 사람이 집, 가족, 친구, 우리 자신처럼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에서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는 에세이스트 리베카 솔닛의 말과도 상통한다. 주말,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즐기고픈 독자들에게 권한다. 원제 A Walk Around the B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