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생각한다
임명묵 지음|사이드웨이|368쪽|1만7000원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20대 유권자가 야당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면서 ’90년대생'은 다시 화두가 됐다. ‘개인주의’ ‘공정’ ‘보수화’ 등으로 이들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뒤따랐다. 그러나 1990년대생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를 분석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1994년에 태어난 20대 논객 임명묵(27)씨가 90년대생을 90년대생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책을 내놨다. 2018년부터 일간지에 2030 칼럼을 연재하는 그의 페이스북 팔로어는 1만2000명에 달한다. 13일 서울 마포 홍대에서 만난 그는 “개인주의적이다. 공정을 좋아한다 같은 분석이 피상적으로 느껴졌다”며 “90년대생의 실체를 토론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미 ’90년대생이 온다' 같은 책이 나왔다.
“목차부터 괴리감을 느꼈다. 90년대생은 실제 접하면 굉장히 다양한데 저자가 함께 일해본 회사 주니어, 마케팅 대상으로 삼았던 90년대생에 대한 편향에 빠져 있었다. ’90년대생이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이 없는 피상적인 내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청와대 참모진에게 돌렸다는 보도를 보고 뒷목을 잡았다.” 이 책은 1982년생이 썼다.
-20대를 ‘공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전환 논란, 조국 장관 사태 당시 분노했다. 그렇지만 기성세대와 비교했을 때 유달리 공정을 추구하는 세대는 아니다. 586세대의 탈법·편법으로 혜택을 보는 90년대생 자녀들이 ‘공정’을 이유로 그 기회를 거부하진 않는다. 90년대생이 ‘능력주의’를 믿고 국가 시스템이 이에 따라 예측 가능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평창올림픽 단일팀 문제도 ‘공정’이 이슈였다.
“공정과 능력주의도 있지만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난 사례다. ‘우리민족’은 대한민국으로 국한해서 생각하는 세대다. 대한민국에서 경쟁해 대표팀이 결정됐는데, 왜 북한 선수를 끼워주느냐는 분위기였다. 통일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북한과 엮여서 더 힘들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개인주의적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인정 경쟁에 몰두하고, 온라인에서 집단행동을 통해 유명인의 일탈행위를 ‘멍석말이’한다. 개인주의자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민족주의적인 부분도 나타난다. 최근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논쟁과 ‘욱일승천기’ 논란 등은 ‘반중(反中)’ ‘반일(反日)’ 정서에서 나왔다. 민족주의가 퇴조했으면서 퇴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90년대생은 어떤 존재인가.
“6·25전쟁 이후 동질화된 사회에서 시간이 지나며 계층 분화가 이뤄졌다. 90년대생은 한국에서 부모 세대의 계층이 최초로 대물림된 세대다. 운동권 ’586세대'의 자녀와 달리 당시 대학에 진학 못한 ’56세대' 자녀는 훨씬 더 적은 기회를 부여받게 됐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경쟁은 격화하면서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기대도 낮다. 소셜미디어도 박탈감을 키웠다. 1970년대 연구를 보면 소련에서 TV가 보급되자 농촌 사람들은 모스크바 풍경을 보고 박탈감을 느꼈다고 한다. 90년대생도 같은 이유로 ‘주관적 불행감’을 느끼고 있다.”
-'586′ 책임론으로 보인다.
“586은 주류가 됐으면서도 여전히 주류는 따로 있다고 여긴다. 혁명을 말하면서 상류 중산층으로서 혜택은 누리고자 한다. 교육과 인맥으로 계층 세습을 추구한다.” 그는 책에 “조국 사태는 586이 자산 증식과 계층 세습에 골몰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스테레오 타입을 드라마보다 더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썼다.
-남혐·여혐이 가장 심한 세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생 때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에 영향을 받은 세대다. 9세 때 학교에서 ‘남자 군대 對 여자 임신’으로 남녀가 논쟁했다. 2000년대 초반 군 가산점 폐지 논란이 커뮤니티를 통해 초등학생들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후로는 남초·여초 커뮤니티의 극단적 의견이 확산하며 성(性) 관련 이슈는 중간 지대가 사라지고 입을 열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기성세대가 90년대생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를 보면 좋겠다.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이 있다. 서울대생이나 고졸 친구나 한탕주의가 깔린 웹소설, 웹툰 콘텐츠를 소비한다. 콘텐츠에서 ‘신분 상승’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전생’ ‘타임슬립’ 등을 통해 미래 정보를 알고 몇 배의 돈을 버는 이야기 구조다.”
그는 충남 조치원에서 태어나 2013년 서울대 인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부모님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라는 대표 학부와 다문화가 익숙한 읍 단위 행정구역이라는 두 세계를 왕복하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