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세피데 새리히 글|율리 푈크 그림|남은주 옮김|북뱅크|32쪽|1만4000원
이 책은 두 소녀가 꼭 껴안은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림 속 소녀들의 얼굴이 어둡다. 단짝 중 하나가 곧 외국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림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렸다. 그림처럼 친구를 끌어안은 어릴 적 사진을 책 말미에 실은 그는 “어릴 때 이사를 해서 친구와 헤어져야 했다. 그때를 떠올려 보니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주인공 ‘나’는 가족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게 된다. 떠나기 전, 엄마 아빠가 가방 하나를 건넨다. 정말 사랑하는 것만 가져갈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어항과 금붕어,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의자, 나와 나이가 같은 마당의 배나무까지 모두 가져가고 싶지만 가방은 작기만 하다.
슬픈 마음을 달래려 바닷가에 나갔다가 문득 깨닫는다. 바다도 내가 사랑하는 것이지만 가져갈 필요가 없다. 이사 가는 나라에도 바다가 있으니까.
새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로 나간다. 두고 온 소중한 기억들이 병에 넣은 편지처럼 파도를 타고 건너오기를 기다린다. 바다가 우리를 갈라놓지만 다시 이어주기도 한다. 이란 출신의 그림책 작가인 저자는 “아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우리에게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친구와 헤어지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하게 된다. 가방이 작아 슬펐던 소녀처럼, 작은 물건 하나도 내려놓지 못한 채 집착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코로나 사태에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린 지난해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