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날인 토요일은 비 내리고 5월답지 않게 무척 추웠습니다. 기온으로만 보자면 11월 같았지만 그래도 신록은 계절을 속일 수 없어 그 싱그러운 빛깔을 마구 내뿜고 있더군요. 코로나가 덮쳐도 봄은 오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당도합니다. 마스크 쓰고 거리 두느라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겠지요. 다가오는 어린이날을 맞아 Books 특집으로 ‘코로나 시대를 지나는 어린이에게 권하는 책 10‘을 준비했습니다. 채민기 기자가 어린이책 전문가 5명에게 2권씩을 추천받았습니다.

[마스크 쓰고 거리를 둬도… 5월, 우리들은 자란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는 어린이에게 추천하는 책 10]

소년(少年)처럼 푸르른 5월에 어떤 ‘소년’들을 떠올려 봅니다. 무거운 철창을 대여섯 번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교실에 앉은, 손등부터 팔, 뒷목까지 문신이 펼쳐져 있는, 그러나 시를 외울 때의 눈빛만은 아이의 그것처럼 흔들리는 소년들. 이 곳에서 연둣빛은 더 이상 싱그럽지 않습니다. 강도 높은 10호 처분을 받은 소년들의 수형복 상의 빛깔이니까요.

서현숙씨의 '소년을 읽다' /사계절

고등학교 국어교사 서현숙씨가 쓴 ‘소년을 읽다’(사계절)는 소년원 수업 경험을 적은 책입니다. 극도의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간들이 등장하는 김동식 소설 ‘회색인간’을 읽은 소년들은 “사람이 바닥까지 추락하게 되면”이라는 구절을 가장 인상깊다 말합니다. ‘먹고 사는 일의 급급합’을 세 번이나 반복해 말하는 열일곱 살도 있지요. 많은 소년들이 형기를 마친 후에도 돌아갈 집이 없으며, 극심한 가정폭력을 경험했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선생님. 다음에는 ‘이런 곳이 아닌 곳’에서 만나요.”

문학의 힘은 이 곳에서도 효력을 발휘합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로 시작하는 정현종의 시 ‘방문객’에서 ‘환대’라는 단어를 처음 배운 한 소년은 “저를 늘 환대해 주어서 고맙습니다”로 끝나는 수줍은 편지를 저자에게 건네며 세상의 각박함을 너무 일찍 배운 마음을 비로소 촉촉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제안합니다. 죗값을 치르고 있는 소년들이 받는 교육에 ‘좋은 삶’을 경험하는 것을 포함시키면 어떻겠냐고.

“나도 좋은 삶을 살고 싶다.

소년이 이런 삶을 원하게 되는 것, 이것이 사회와 사회의 어른들이 소년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소년이 좋은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좋은 삶을 욕망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욕망이 가는 길을 바꾸는 것이 최고의 교정·교화가 아닐까. 소년원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