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여인. 저자는“나의 음주가 어떤 문턱을 넘으면, 술은 정직해 보이는 어둠 속으로 나를 거꾸러뜨렸다”고 썼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리커버링/문학과지성사

알코올 중독 에세이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책인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을 넘어선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미국 작가 레슬리 제이미슨(38)의 알코올 중독 회고록 ‘리커버링’을 읽었습니다.

일단 무척 두껍고 저자가 자기 이야기와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된 20세기 미국 문인들 이야기를 교차시켜 보여줍니다.

‘20세기 미국 작가들의 중독과 성실성'은 그의 박사 논문 주제이기도 한데 저는 무엇보다 이 여자가 술에 쩔어 하버드 졸업하고 중독치료 받는 상태에서 예일서 박사학위 받았다는 게 가장 대단해보였습니다. 그건 일정 부분 술에 빚질지도?

읽으면서 무척 힘들었는데 저자의 감정 묘사가 지나치게 치밀해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어떤 감정들은 저도 알고 있는 것들이라 더 그랬지요. 이를테면 연인에게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 아이오와에서 함께 살았던 전남친 데이브는 참 괜찮은 사람인데 그냥 잘 지내보지, 싶기도 하고…그 연애 이야기를 구구절절 써내는 미국식 에세이의 솔직함의 정도에 놀라고 그걸 또 써도 된다고 동의한 데이브도 그렇고… 작가라 그런지 역시 예술가들은 제 이해의 범위 너머에 있습니다.

2018년에 나온 책인데 남편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 부분이 있길래 아니 남편은 어떤 사람인데 부인이 딴 남자랑 사귀고 헤어지고 섹스하고 낙태한 이야기 써도 된다 하고 읽어봐주나? 했더니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았더니 남편도 작가인데 작년에 이혼했더군요. 그리고 직후에 저자는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여러모로 복잡한 삶.

중독의 상처에 대해 쓰는 미국 여성 작가들의 경우 대개 지식인 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 명문대를 졸업했는데 자라면서 부모의 냉정함 때문에 사랑받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있고 그 상처가 중독으로 이어지더군요. 캐럴라인 냅의 경우 엄마와의 관계, 제이미슨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트리거이고 수전 손택도 부모가 어린 자신을 미국에 혼자 두고 중국에 가버렸다는 트라우마가 있지요. 이 기전은 어떤 기전인지 궁금합니다.

책에서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 역사에 관한 부분은 좀 지루했지만 무척 지적인 책이었어요.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책장서 꺼내 읽고 싶어졌고,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술꾼 천재'는 망상일 뿐, 단주의 세계서 영웅 돼라]

인구 감소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찰스 굿하트(85)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와 경제학자 마노즈 프라단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 예측합니다.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해제되고 회복이 시작되면 10%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밀어닥칠 것”이라고 썼는데요. 재작년 ‘총.균.쇠'의 제라드 다이아몬드를 인터뷰했을 때, 다이아몬드는 오히려 인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인구감소는 그다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거든요. 어떤 전망이 옳을지는 미래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양지호 기자의 리뷰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양치기 소년?… 마지막에 ‘늑대’는 정말 왔다]

언택트 리더십 가이드/서울문화사

“선배. 이번 주 편집자 레터는 이 책으로 쓰시면 되겠네요.”

팀원 Y씨가 책 한 권을 건네며 말합니다. 원격 회의 전문가 커스틴 클레이시와 제이 앨런 모리스가 쓴 ‘언택트 리더십 가이드’(서울문화사)입니다.

“스크린에 대고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닫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내 의견을 말해야 하는 것만큼 외롭고 위축되는 감정은 없을 것이다.”

저자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원격 회의가 일상화되었지만, 대면 회의에 비해 참여도나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대면 회의에선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거나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그가 의견을 내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지만 원격 회의에서는 이런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힘들지요. 모두 각자의 공간에 고립되었다는 ‘분리’의 감정이 두려움을 가중시켜 특히 관계성에 대한 욕구가 높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답니다. 접속 불량이나 마이크와 스피커 오작동 같은 기술적 장벽이 흐름을 끊기도 하죠.

결국 회의 주재자의 역할이 대면 회의보다 중요해지는데, 사람들이 다른 참석자들이 ‘접속’하길 기다리는 어색한 침묵의 시간 동안 음악을 틀어주거나 회의 시작 전 가벼운 농담으로 특히 에너지가 없어 보이는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 등이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종이책은 물성(物性)이 있는 존재라 직접 넘겨보지 않고서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Books팀 회의는 매주 신간 쌓아놓고 얼굴 보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비대면 리더십’ 책을 읽어보라는 하나뿐인 팀원의 의도는…?! 참고로 Y씨가 몇 주 전 레터용으로 추천한 책은 ‘팀장의 말투’(센시오)였습니다. 부제는 이렇습니다. ‘일이 힘든 건 참아도 팀장의 말투는 못 참는다.’ 곽아람 Books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