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 산문집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한수산 지음|앤드|280쪽|1만5000원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역사 왜곡을 고발한 소설 ‘군함도’(2016)를 쓴 소설가 한수산(75)이 반백 년 넘게 작가로 살아온 세월을 회고하는 산문집이다. 그는 1981년 ‘한수산 필화 사건’으로 깊은 어둠에 잠겼다. 신문에 1년간 연재하던 소설 ‘욕망의 거리’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렸지만, 당시 군부 정권은 “묘사된 군인과 베트남 전쟁이 대통령 전두환을 비롯한 제5공화국을 비판하고 있다”며 신문사 관계자와 동료 시인 등을 연행해 고문했다. 한수산은 국군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절필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를 안타까워한 독자들은 한국 서점에 처박혀 있던 과거 작품까지 사재기를 했다. 그 경제적 도움으로 한수산은 일본어를 배우고 군함도를 취재하며 재기의 아침을 준비했다.

황혼에 접어든 한수산은 “늙음이 주는 슬픔과 살아낸 지난날이 주는 형벌”속에서 가족과 스승, 선후배 예술가들과의 일화를 복기했다. 인생에서 마주친 모든 빛과 어둠이 돌이켜보니 사랑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 속 한 문장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