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전국축제자랑


코로나 유행이 이어지며 전국 각지 지역 축제가 2년 연속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그렇다면 축제를 포기해야 하나. 여기 대안이 있다. 기상천외한 에세이 ‘전국축제자랑'(민음사). ‘아무튼, 술’과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로 인기 에세이스트가 된 김혼비(40)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 남편 박태하(41)가 전국 12개 축제를 다녀와 펴냈다. 부부는 전화 인터뷰에서 “축제라는 현상이 아닌 축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의 여행 장르처럼 다뤄보고 싶었다”며 “어이없는 웃음과 기분 좋은 웃음이 공존하는 기묘한 매력이 있었다”고 했다.

어이없는 웃음이란 이런 것. 젓가락 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호한 충북 청주에서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원로 학자 이어령 선생의 아이디어다. 한쪽에서는 젓가락질 누가 더 잘하나 경연대회가 열리고, 다른 쪽에서는 ‘젓가락 문화 발전을 위한 한·중·일 3국의 제언’이라는 엄숙한 제목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경남 의령군 의령의병축제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 운동을 소환해 횃불 행진을 하더니, 다음 날은 ‘부자 기(氣) 받기 투어’가 펼쳐진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생가가 있어서다. 충남 의좋은형제축제에서는 ‘어린이 EDM’ 공연' ‘세종대왕 체험 프로그램’ ‘마술 공연’ ‘프러포즈 이벤트’가 한데 공존한다. 김혼비는 “한마디로 무(無)맥락”이라고 촌평했다.

경남 의령 의병제전에서 참가자들이 횃불 행진을 하고 있다. /의령군

기분 좋은 웃음은 축제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온다. 참여한 아이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마술 쇼를 펼치는 마술사가 있고, 의령의병축제에서는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모여 하나의 물결이 된다. 남편 박태하는 “횃불이 물결을 이루는 순간 갑자기 애국심이 솟아나더니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국뽕 행사’ 아니냐며 흘겨보던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

부부는 축구 덕후로 만났다. 김혼비는 여자 사회인축구팀에서 선수로 뛰고 있고, 필명도 축구 팬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닉 혼비에서 따왔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책의 저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줄곧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남편 박태하는 맞춤법 책을 쓰면서도 예문을 K리그 ‘성남FC’ 이야기로 도배했다. 축구 덕후는 왜 지역 축제로 갔을까. 이들은 “축제에서 한국 사람은 왜 이렇고, 한국이라는 공간은 왜 이런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를테면 연관이나 맥락 없는 것들이 우스꽝스럽고 뻔뻔하게 결합하는 축제의 모습 같은 것. 저자는 이것을 ‘K스러움’이라고, “어떤 종류의 끈적끈적함과 어떤 종류의 매끈함이 세련되지 못하게 결합한 것”이라 정의한다.

흔히 지역 축제에는 ‘천편일률’ ‘예산 낭비’ ‘관광상품화’ ‘관(官) 주도형’ 등의 딱지가 붙는다. 저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니컬한 유머로 점철된 기행담을 쓰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따스하게 바뀐다. 김혼비는 “지역 축제를 폄하하는 것은 너무 쉬우나 그 안에 들어갔을 때는 ‘이상하지만 진심’인 부분이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부부는 코로나 유행이 끝나면 계속해서 지역 축제를 탐방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예정됐던 지역 축제는 968개. 부부는 이미 ‘완주와일드푸드축제’ ‘영산포홍어축제’ ‘영암왕인문화축제’ 등을 다녀왔지만, 앞으로도 갈 축제가 모자라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