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김소영 옮김|더숲|228쪽|1만4000원
잡초에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코즈모폴리턴이 있다. 골프장 잡초 ‘새포아풀’이 대표적. 이 잡초는 잔디깎이에 베여나가지 않도록 스스로 놀라운 변화를 이뤘다. 긴 잔디의 러프, 그보다 짧은 페어웨이, 바짝 짧게 깎는 그린에서 각각 가지런한 잔디 바로 아래 높이에서 이삭을 맺는다. 반복되는 위협에 맞서 도태되지 않으려 단기간에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잡초는 ‘훼방만 놓는 나쁜 풀’이 아니라며 사근사근 설득하는 1장부터 잡초생태학 전공자인 저자의 잡초 사랑이 흥미진진하다. ‘싸우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제1 전략. 각성과 휴면을 반복하며 발아를 조정하는 잡초도, 오전엔 스스로 오후엔 곤충을 매개로 수정하며 번식력을 극대화하는 잡초도 있다.
‘연약하기에 오히려 강하다’ ‘싹 틔울 적기를 기다린다’ ‘환경에 따라 스스로 변한다’ ‘살아남기 위한 플랜B’ 같은 장 제목만 보면 처세술 책처럼 보일 만큼, 쉽고 재밌는 스토리텔링이 강점. 바람 부는 언덕의 이름 모를 잡초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