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콤한 직업|천운영 지음|마음산책|300쪽|1만5500원
장편 두 권과 소설집 네 권을 낸 중견 소설가 천운영이 처음 산문집을 펴냈다. 서울 연남동에서 스페인 식당 ‘돈키호테의 식탁’을 2년간 운영하며 생긴 이야기와 감상을 담았다. 창업의 계기는 반려견 ‘민’의 죽음. 첫 소설책을 발표한 후 입양해 14년을 함께 산 존재의 죽음은 그에게 죄책감을 안겼다. “내가 살기 위해서였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 먹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다.”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무식하고 용감하게 식당을 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음식을 하고, 그걸 먹는 사람을 바라봤다.
주방장과 작가는 ‘쓰고 달콤한 직업’이란 면에서 같다. 작가 천운영이 끙끙 싸매던 소설 줄거리가 순식간에 풀리는 꿈을 꾼다면, 주방장 천운영은 해산물을 구하기 위해 항구를 헤매는 꿈을 꾼다. 책상에서나 주방에서나 일하다 보면 근육은 피로해진다. 하지만 주방장 쪽이 “상상이나 취재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어떤 삶의 실재를 몸으로 사는” 측면에서 더 힘이 든다. 그러나 근육은 쓰면 쓸수록 굵어지고 강해진다. 사람에 대해 쓰는 일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삶의 일터에서 땀 흘려 일하며 마주친 사람들을 통해 타인과 자신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하여 주방장으로 변한 소설가는 다시 소설가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하나의 삶을 중단하고 다른 삶으로 돌입할 것. 그것이 진정한 끝과 시작. 할 만큼 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식당을 하며 만난 건축가 유현준, 배우 문소리,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 소설가 김훈 등과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다채로운 사람들이 식탁 앞에서 풀어놓는 ‘사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