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줬다. ‘어떻게’라는 실망과 ‘역시나’하는 억측이 공존했다.
사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주장 중 일부를 받아들여 박 시장에 의한 성희롱을 인정했고 사법부는 별건 재판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하는 쪽이 있는 반면 죽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방어권을 포기한 쪽도 있다.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박 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청 출입기자였던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장실에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을 설득해 '박원순 시장실 5년'의 증언을 청취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와 여성단체 대표를 포함해 50명, 경찰 조사를 받은 31명 중 15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자의 호소를 직접 들었다는 취재원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박원순 사건'에 대한 진상을 저서 '비극의 탄생'으로 엮어냈다.
박 시장의 혐의는 집무실에서 피해자와 밀착해 셀카를 촬영했다는 점, 피해자의 무릎에 박 시장의 입술이 접촉했다는 점, 내실에서 포옹을 강요했다는 점, 텔레그램 문자와 속옷 사진을 전송했다는 점, 전보를 불승인한 점, 혈압 체크를 강요하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점 등으로 꼽힌다.
저자는 박 시장의 죽음에서 시작해 이후 6개월간 2015년부터 2020년까지를 살폈다.
셀카 밀착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직접 보냈다는 편지 내용과 함께 경찰과 인권위 모두 이 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또 이른바 '무릎 호 사건'과 피해자의 손을 만졌다는 부분은 피해자가 먼저 무릎을 다쳤다는 것을 알렸고 시장이 피해자 요청으로 다친 무릎에 '호' 해줬다는 증언을 제시한다. 손을 만졌다는 부분도 피해자가 네일아트를 먼저 자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는 증언과 진술도 포함했다.
'내실에서 포옹을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가 '피해자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이 사건에서 박 시장의 잘못이 없었다며 일방적 옹호를 나열한 것이 아니다.
별건 재판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이 인정됐다는 점, '텔레그램 문자와 속옷 사진 전송'은 인권위도 '박 시장이 피해자를 대화방으로 초대했고,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고 발표했음을 분명히 전한다.
추천사를 쓴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가능하면 이 책에서 인터뷰하고 조사했던 객관적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려 노력했다. 자신의 편견일 수도 있는 개인적 해석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그 점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가끔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박원순 사건을 더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피해자의 주장과 대조해가며 내 생각을 확인하고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352쪽, 왕의서재, 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