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준(38) 낮엔 출판사 편집자로, 밤엔 라디오 DJ로 산다. 그가 다른 목소리가 그리울 때 펼칠 만한 책 다섯 권을 추천했다.

시인 박준(38)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2012년)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2017년)은 총 36만부 이상 팔렸다. 낮엔 출판사 편집자로, 밤엔 라디오 DJ로 산다. 매일 밤 자정부터 2시간 진행하는 라디오 대본을 직접 쓴다. 타인의 귀에 머무는 말을 발신하는 라디오 진행자는 어릴 적 막연한 꿈이었다고 한다. 집합 금지의 코로나 시대, 다른 이의 목소리를 수신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귀중해졌다. 그가 다른 목소리가 그리울 때 펼칠 만한 책 다섯 권을 추천했다.

◇타인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 펼치는 책 5

제목저자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말하는 몸박선영 유지영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하재영
침묵의 세계막스 피카르트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다정현우

생활이 간결해졌다. 꼭 필요한 사람만을 만나고 목적이 분명한 장소에만 짧게 머무는 날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점점 비좁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이런 날에는 타인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타인의 목소리는 늘 반갑고 새롭다. 동시에 날카롭고 아프다. 그렇기에 아름답고 소중한. 김소영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는 우리가 잊었거나 애써 외면했던 다정한 목소리다.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는 많은 목소리가 담긴 박선영⋅유지영 공저 ‘말하는 몸’(문학동네)은 마냥 숨죽이고 들었다. 하재영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라이프앤페이지)는 땅값과 용적률 같은 셈법과 전혀 관계가 없는 온전한 집과 사람의 목소리다. 막스 피카르트가 쓰고 시인 최승자가 옮긴 ‘침묵의 세계’(까치)를 통해 무한한 고요의 소리를 들은 다음 정현우의 첫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다’(창비)를 통해 새로운 서정의 목소리를 느껴보는 일도 좋겠다. 책을 펼쳐 들고 맨 앞줄에 앉는다.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