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 연대기’ 등으로 SF·판타지 소설의 ‘그랜드마스터’란 칭호를 얻은 미국 작가 어슐러 르 귄(1929~2018년)이 강연한 내용과 에세이, 서평을 모았다. 어슐러 K. 르 귄 지음 |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어슐러 K. 르 귄 지음 |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536쪽 | 1만6800원

‘어스시 연대기’ 등으로 SF·판타지 소설의 ‘그랜드마스터’란 칭호를 얻은 미국 작가 어슐러 르 귄(1929~2018년)이 강연한 내용과 에세이, 서평을 모았다. “시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즐겁게 논픽션을 읽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도 “쓰는 게 즐거웠다”고 고백한다. 단, 즐거움에 조건이 있다. “소설을 쓸 때처럼 생각의 직접적 수단이나 형식으로서 글을 이용할 수 있을 때”.

강연장에 올라 순수 문학과 이뤄진 위계에 냉소를 날린다. “세상엔 많은 나쁜 책이 있지요. 나쁜 장르는 없어요.” 잘 쓴 작품이냐 아니냐만 중요하다. 문학 전통과 이론으로 무장한 작가가 어떤 소재를 적절한 도구와 규칙, 기술로 제대로 요리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세상에 갓 나온 해리포터에 “이렇게 독창적이라니!” 하며 환호했던 평론가들에게도 한마디 한다. 제발 아동 판타지와 영국 기숙학교 소설 좀 보라고. “여덟 살 이후로 판타지라곤 읽지 않아서 생긴 부작용이었습니다.”

“거의 남자들 판”이던 문단에서 여성 작가로 겪은 비애와 분노를 말한다. 여성 글에 대한 ‘폄하’, 여자들 책을 박하게 소개하는 ‘누락’, 여성 저자 성별로 작품을 논의하는 ‘예외화’, 여성 작가를 지우는 ‘실종’을 ‘사라지는 할머니들’이란 제목으로 묶었다. 제목 밑에 이런 부제가 붙었다. ’2011년에 썼던 미출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