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좋은 삶인가

고전은 자기계발서처럼 답을 내놓기보다 끊임없는] 성찰을 요구하며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텍스트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공동 저자인 김헌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인생의 목적을 찾고자 다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며 인문학의 뿌리를 찾게 됐다.

김월회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의 갈등과 그 뿌리를 고민하며 중국 고전에서 현대적인 재해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 모두 삶에서 맞닥뜨리는 개인적 갈등이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을 때면, 다시 고전을 펼쳐 들곤 한다.

김헌 교수는 먼저 명예에 대한 해답을 '무엇이 좋은 삶인가'라는 서양 철학의 전통에서 찾는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에서 오뒷세우스는 칼립소가 제안하는 불멸의 약속을 거절한다. 인간이 불멸의 유혹을 물리치고서라도 세상에서 기억되고자 하는 명예욕은 사실 필멸의 존재이기에 더 간절해지는 것이다. 오딧세우스가 꿈꾸는 불멸은 인간 조건을 벗어나는 초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필멸이라는 인간의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적 불멸이다.

동양 고전은 "누구에게 인정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자는 "이름값을 바로잡는다”는 뜻의 정명(正名)을 강조한다. 이것은 오늘날과 같은 경쟁사회가 배출한 수많은 가짜 명성이 쌓은 이름값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군자는 실체 없는 허울뿐인 명성이 아니라 실덕(實德)을 근거로 난 이름, 곧 '선명(善名)'을 추구해야 한다.

김월회 교수는 "이 공자의 말이 올드해 보이느냐"고 묻는다. 우리 시대는 "존재 고유의 아우라까지는 담아내지 못해도 존재의 형상만큼은 무한 복제가 가능한" 시대다. "신체와 분리된 이름이 또 실질과 무관한 이미지가 무한으로 증식 가능한" 시대에, 이 오래된 질문이야말로 우리의 현재를 드러낸다.

김헌 교수는 위대한 철학책을 읽지 않고도 삶의 지혜를 실천하는 소박한 사람들을 통해 영웅 같은 삶이 과연 진짜 우리가 갈구하는 욕망인지 다시 묻는다. 이는 자칫 목적과 수단을 혼돈해 경쟁적 이기심에 빠져들고 마는 인간의 연약함을 일깨운다.

서양고전학자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결국 운명을 만드는 힘”이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동양고전학자는 “진리를 따르는 삶은 열려 있지만, 운명을 따르는 삶은 닫혀 있다”고 말한다. 356쪽. 민음사,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