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 유기가 횡행한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이자 방송 기자인 저자가 반려동물을 구조한 경험을 또박또박 적은 에세이다. 석수역에서 구조해서 ‘석수’라는 이름을 붙인 고양이의 사연에서 출발해서 점차 동물권(動物權)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약자를 위하는 마음은 또 다른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연결되고, 확장된다”는 마지막 문장의 속뜻이 깊고 따스하다. 박소영 지음, 무제, 1만3500원
매국노 고종
‘누가 고종을 변호하는가’. 서문의 첫 제목부터 매섭고 단호하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는 부국(富國)과 강병(强兵)이라는 두 기준으로 볼 때 고종을 자주독립을 염원한 개혁 군주로 찬양하는 건 ‘조작된 신화’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부국을 하는 대신 자기 금고를 채웠고, 강병 육성에 투입해야 하는 자원을 낭비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펴낸 ‘대한민국 징비록’의 속편이자 각론. 헤이그 밀사 사건과 을사 조약을 둘러싼 후반부는 흥미진진하면서도 논쟁적이다. 박종인 지음, 와이즈맵, 1만8000원
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취미 유목민’이라고 부르는 저자는 얼마 전부터 차 마시는 일에 빠져서 ‘차 생활자’를 자처한다. 낮 1시 사무실 자리 한편에서 찻잎을 꺼낸 뒤 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 과정을 묘사한 첫 장부터 소박하고 호젓한 정취가 감돈다. “세상의 음료 중에서 두 손으로 마시며 자기 자신에게 권하는 음료는 차가 유일하다.” 인용한 문장을 읽고 있으면 차를 달이고 마시는 방식을 ‘다도(茶道)’라고 부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여인선 지음, 길벗, 1만3500원
붉은 눈동자
1983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가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베트남전에 자원했다가 전쟁의 후유증을 겪는 주인공, 전쟁 귀신으로 불릴 만큼 용맹하지만 추악한 인간성을 드러내는 상대역 등을 통해서 베트남전의 실상과 의미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문학평론가 이경철은 “시대의 저편에 웅크리고 있는 아픈 상처를 향해 치유와 용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장편”이라고 평했다. 이상문 지음, 인북스, 1만3000원
베토벤
“타락한 낙원의 황야에서 이 위대한 선구자를 칭송하자!” 19세기 독일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가 정신적 스승으로 여겼던 베토벤에 대해 썼던 글들을 모은 책. 젊은 무명 작곡가가 자신의 우상인 베토벤을 만나는 꿈을 이룬다는 유쾌한 단편소설 ‘베토벤 순례’부터, 1870년 베토벤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민족주의적 열정을 담아서 썼던 음악 평론 ‘베토벤’까지 바그너의 다채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리하르트 바그너 지음, 홍은정 옮김, 포노,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