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과 동주 서른세 번의 만남

서른세 번의 만남, 백석과 동주

김응교 지음|아카넷|423쪽|1만8000원

시인 백석은 1937년 첫 시집 ‘사슴’을 100부 한정판으로 냈다. 그 이듬해 시인 지망생 윤동주는 도서관에서 온종일 그 시집을 일일이 필사하면서 시를 습작했다. 백석이 시집에 수록한 시 ‘청시’는 ‘별 많은 밤/ 하늬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라고 한 뒤 ‘개가 짖는다’라며 끝났다. 윤동주는 그 시를 베껴쓴 뒤 “결구에서 작품을 살리었다”는 촌평을 남겼다.

김응교 시인이 오랜 연구 과정을 거쳐 백석과 윤동주의 문학적 인연을 평전 형식으로 재현했다. 윤동주에게 미친 백석의 영향을 재조명했다. 백석의 시 ‘추일산조(秋日山朝)는 윤동주의 시 ‘산울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백석은 ‘아침볕에 섶구슬이 한가로이 익는 골짝에서 꿩은 울어 산울림과 장난을 한다’라고 시작했다. 산울림을 꿩이 저혼자 산과 주고받는 장난으로 노래한 것. 김응교는 “시의 착상이 유사하고, 새 이름이 나오고 ‘산울림’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동일성을 볼 때, 윤동주의 ‘산울림’은 백석의 ‘추일산조’를 읽은 뒤 영향받은 작품이 아닐까”라고 풀이했다.

그는 윤동주가 백석의 시 33편을 필사한 것을 두고 ‘서른세 번의 만남’이라고 이름 지은 뒤 “두 시인은 사투리를 사랑했다. 백석은 평안도 사투리를, 윤동주는 함경도 사투리를 시에 넣었다”라며 공통점을 강조했다. 그는 “두 시인은 보잘것없는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사랑했다”라며 “두 시인의 시에는 별과 바람과 구름이 지나갔고, 토끼, 사슴, 소 등이 끊임없이 살아 꿈틀거렸다”라고 예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