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노래 한 곡 들으실까요.
음악그룹 동물원이 부른 ‘시청앞 지하철역에서'입니다. 1990년 나온 노래네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OST로 리메이크 되어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신문을 사러 돌아섰을 때 너의 모습을 보았지...’. 옛 노래를 듣자니 좀 울컥하네요. 아직 20대이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김창기 ‘노래가 필요한 날'
아침부터 웬 감상적 멘트냐고요?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김창기씨가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노래가 필요한 날'(김영사). 조선일보 Books ‘내 책을 말한다' 코너에 김창기씨가 직접 글을 썼습니다. “사람은 강한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이 일어날 때 들었던 소리나 배경음악을 그 상황과 감정에 연결해서 저장하고, 그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을 겪거나 기억할 때 그 소리나 노래를 다시 듣게 된다”고 적었네요. 울컥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
김창기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노래는 소소한 일상을 읊조리는데 속깊은 우물에서 길어올린 듯한 정신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같은 동물원 앨범에 ‘나는 나, 너는 너'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군인 훈련받던 시절 내무반 동료가 알려줘 들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사랑했던 우리/ 나의 너, 너의 나, 나의 나, 너의 너/ 항상 그렇게 넷이서 만났지...’.
분명 둘이 만났는데 넷이 만났답니다. 내가 생각하는 너, 네가 생각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 네가 생각하는 너라는 네 개의 자아가 만났다는 말이지요. 나를 바라보는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심초사하고, 내가 바라보는 너는 내 바램과는 다른 너로 존재합니다. 네 개의 자아는 서로 엇갈리면서 갈등하지요. 노래 가사는 ‘서로의 눈빛에 비춰진 서로의 모습 속에서 서로를 찾았지'라고 이어집니다. 이 노래 관련 얘기도 이번 책에 있을까요. 아직 책을 읽지 못했는데 김창기씨가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궁금하네요.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신간 중 가장 화제를 일으킬 책은 아마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책 아닐까요.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던 샌델 교수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이 번역 출간됐습니다. 원제는 ‘능력의 폭정(The Tyranny of Merit)’. 능력주의는 더 이상 공정하지 않고 때로 폭정이 되어 사람들을 억압한다고 말합니다. 능력주의는 근본적으로 평등의 가치를 외면하기 때문에 정의로울 수 없다네요. 능력주의는 세상에서 패배한 이들을 못난 탓으로 돌리며 모욕까지 안긴다고 지적합니다. 이로 인한 좌절과 분노가 승자의 오만과 충돌하면 민주주의를 훼손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주장에 동의하건 아니건 생각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능력으로 차지했다” 승자의 오만이 乙의 반란 부른다]
◇악당이 나타나면 스토리가 재미있어진다
요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합니다.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요다)를 일별하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바로 강력한 빌런(악당)이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악당이 나타나야 주인공이 부각됩니다. 주인공이 강력한 악당을 만나 고난과 시련을 겪어야 긴장감이 높아집니다. 그래야 흥미를 유발하고 이후 스토리가 궁금해집니다. 조커라는 악당이 나오지 않으면 배트맨이라는 주인공만으로 흥미를 끌 수 있을까요. 그런데 때로는 악당이 주인공처럼 행세합니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악당인지 헛갈리기도 하지요.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를 잘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답니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는 소설, 영화, 드라마 사례를 들면서 악당이 갖는 특성을 17개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해당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만화로 출간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는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닙니다. 그래도 빽빽한 활자에 접근하기 어려운 독자를 위해 만화로 그린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가 나왔습니다. ‘인류의 탄생' 부분이 먼저 첫째 권으로 나왔네요. 하라리 박사가 조카 조이와 함께 현생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미스터리를 풀려고 생물학자 사라스와티 교수를 찾아가는 식으로 각색했습니다.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겠네요. Books 지면에는 신간을 짧게 소개하는 ‘북카페’ 코너에 표지와 함께 실었습니다. 이미 유명한 책을 각색한 것이기도 하고, 출간 사실만 알려도 관심 있는 독자들이 찾아볼 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