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생물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식물은 뇌가 없고, 동물은 뇌가 있다. 동물 중에서도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동물이 더 크고 복잡한 뇌를 지녔다. 변화를 예측한다는 것은, 바깥세상과 비슷한 가상 모형을 머릿속에 재현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마치 일어난 것처럼 돌려보며 선제적으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아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이 시점에서 탄생한다. 우리는 바깥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감각 기관이 전하는 신호를 토대로 뇌 안에 모형을 그릴 뿐이다. 예를 들어, 우리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뇌 안에 전해지는 이야기 안에서 눈의 움직임은 보고되지 않는다. 외부 세계 물체들의 움직임만 남는다. 이렇게 뇌는 생략과 집중의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매 시간 동시에 들어오는 수없이 많은 신호 사이에서 의미를 만들어내고 인과관계를 찾아내 엮는다.
예기치 못한 변화의 순간을 그릴 때 뇌는 가장 흥미를 느낀다. 무엇이 달라졌지? 왜 달라졌지? 무슨 일이야? 우리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스토리텔링 뇌는 세상의 많은 것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동물도, 산도, 하늘도 마음이 있으며, 이들이 수호신, 산신령, 하느님으로 각각 둔갑하여 여러 전설과 신화, 종교의 토대가 되었다. 실제 세상에서 설명되지 않는 많은 것을 뇌가 그리는 이야기 속에서는 납득할 수 있다.
이렇게 뇌과학을 기반으로 기자이자 소설가인 작가 윌 스토는 그의 책 ‘이야기의 탄생’(원제 ‘The Science of Storytelling’)에서 우리 뇌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를 조명한다. 그는 우리의 뇌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 자체가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래서 뇌는 거꾸로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장 잘 습득한다. 이야기는 외롭게 홀로 뇌 안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타인의 관점을 통해 많은 지혜와 교훈을 선물한다.
나만 갈등하고 깨지고 혼란스러운 게 아니야. 결함을 가진 마음을 지닌 우리 모두가 그럴 수 있어. 작가는 이런 문장으로 책을 끝마친다. “이야기는 진실한 위안을 준다. 어두운 두개골 속에서 우리가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