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Because)ㅣ모 윌렘스 글ㅣ앰버 렌 그림ㅣ신형건 옮김ㅣ보물창고ㅣ40쪽ㅣ1만5000원
베토벤은 190여년 전 하늘나라로 떠나가면서 자신이 쓰고 그린 수많은 음표가 훗날 한 소녀를 감화해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베토벤의 죽음을 슬퍼해 그의 장례식에서 횃불을 들었던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어 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는 그의 음악을 연주할 준비를 마쳤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습한 남자아이, 밤낮으로 팀파니를 두드린 여인, 또 다른 여러 사람도 첼로와 호른 등 각자의 악기를 무척 사랑했기 때문에 연주할 음악가들은 충분했다. 콘서트 포스터가 멋졌기 때문에 티켓은 잘 팔렸고, 기관사가 기차를 잘 운행한 덕분에 지휘자는 콘서트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깃털 달린 날개 대신 오선지 가득한 날개를 등에 달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인 이 그림책은 한 소녀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기까지 인생에서 접한 우연한 기회와 깨달음, 꾸준한 인내가 어떻게 기적으로 재탄생하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강렬한 교향곡. 감기에 걸린 삼촌을 대신해 그날 그 음악회 C열 14번 자리에서 슈베르트를 들었던 소녀는 그 후 음악에 대한 거라면 무엇이든 다 배워서 훗날 자신의 교향곡 1번 ‘추위’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음악의 힘이 일으키는 ‘나비 효과’가 일상의 평범한 단계를 거쳐 점차 커지는 과정이 담백하고 뭉클하다. “그리고 그날 밤, 또 누군가가 변화되었어. 그렇게, 일은 일어나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