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든 영화든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악당이 나타나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지요. 주인공이 악당을 만나 시련과 고통을 겪을 때 독자와 관객은 조마조마 긴장감을 느끼니까요. ‘빌런(악당)’ 없이 ‘히어로(영웅)’만 나오면 무슨 재미인가요.
신간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요다)는 악당에 주목합니다. “빌런이 매력적이면 그 이야기는 실패하지 않는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는 소설·영화·드라마 등 사례를 들며 악당이 갖는 특성을 키워드 17개로 나눠 설명합니다. 빌런은 주인공을 투영하는 ‘그림자’이며, 그를 ‘각성’시키는 존재로서, 자기만의 ‘신념’을 갖고, 때로 ‘광기’를 표출합니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에서 악당 조커와 주인공 배트맨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둘 다 진짜 얼굴을 감추느라 가면을 쓰거나 분장을 했고,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외로운 존재이지요. 조커는 배트맨의 상처를 간파하고 그를 비웃습니다. “너도 나처럼 내면의 상처를 삐딱하게 표출하는 것뿐이지 않나. 뭘 그렇게 잘난 척하지?”
현실이 더 흥미진진할 때가 있지요? 바로 악당이 나타나는 때입니다. 저자는 “선이 선으로서 인지되기 위해서는 악이 필요하다. 악은 주인공을 정화한다”고 썼습니다. 악당이 등장해야 주인공이 부각됩니다. 때로는 악당을 주인공으로 착각하기도 하지요.
서문에 인용한 니체의 유명한 말은 다시 곱씹을 만하네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빌런 작법’을 염두에 두고 쓴 픽션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도 함께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