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유의 숲
까미유 주르디 글·그림ㅣ윤민정 옮김ㅣ바둑이 하우스ㅣ156쪽ㅣ2만5000원
엄마·아빠는 이혼하고, 재혼한 아빠와 사는 소녀 조의 시선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새엄마의 두 딸이 조보다 나이도 많아서, 동화 ‘신데렐라’가 겹치는 상황. 그러나 현실을 바꿔줄 동화 속 유리구두는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캠핑을 가서도 내내 겉돌던 조는 가족들 관심이 딴 데 쏠린 틈을 타 분홍빛 숲속으로 스며든다. 그곳은 외뿔 달린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풍선껌 쫙쫙 불고, 떼지어 뜀박질하고, 잔칫상을 뒤엎어 엉망으로 만드는 앨리스의 토끼굴 같은 곳이다.
만화처럼 칸을 잘게 나눠 수채화 물감으로 칠한 그림들이 묘하게 아름답다. 조를 비롯해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사건을 일으키는 동물들은 일단 말이 많고, 하나같이 고집스럽고, 자기들끼리 내내 투닥거린다. 그 모든 걸 지배하는 황제는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잡아서 가둬놓고 할퀴는 못된 수고양이. 저항 세력에 휩쓸려 얼떨결에 길 잃은 조는 컴컴한 늪지대를 지나 서글픈 숲속을 헤매는데, 그 과정에서 현실이 녹록하지 않음을 몸에 새긴다. 문득 새엄마가 해주셨던 버터향 마카로니가 떠오르며 가족을 그리워하게 된다.
“잠깐만요! 집에 가고싶어….” 터널을 빠져나와 새 가족 곁으로 달려가는 조의 얼굴이 전과 다르게 환하다. ‘마녀’인 줄 알았던 새엄마가 누구보다 반갑게 맞아주는 장면에서 재혼 가정에 갖고 있던 편견이 보기 좋게 깨진다. 2020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아동문학 부문 최고상,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