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비채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비채/ 102쪽/ 1만3500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1)가 아버지 회상을 통해 역사와 개인의 관계를 조명한 산문이다. 작가의 부친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군에 징집됐다. 작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를 떠올리다가 ‘아버지가 딱 한 번 당신 속을 내게 털어놓듯이, 자신이 속한 부대가 포로로 잡은 중국 병사를 처형한 일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면서 ‘같은 부대의 동료 병사가 처형을 집행하는 현장을 그저 옆에서 지켜보았는지, 아니면 본의 아니게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했는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작가는 ‘어쨌거나 아버지의 그 회상은, 군도로 인간을 내리치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 내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하나의 정경으로, 더 나아가서 하나의 의사(擬似)체험으로, 달리 말하면, 아버지 마음을 오래 짓누르고 있던 것을-현대 용어로 하면 트라우마를-아들인 내가 부분적으로 계승한 셈이 되리라’라고 피력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또 역사라는 것도 그렇다. 본질은 ‘계승’이라는 행위 또는 의식(儀式) 속에 있다. 그 내용이 아무리 불쾌하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

작가는 부친과 함께 고양이를 유기하려고 했던 과거를 우연히 떠올렸다가, 역사를 소환해 부친의 삶을 재구성한 데 이어, 오늘의 일본인을 향해 정직한 역사 인식을 호소했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역사 의식의 안쪽에서 무의식의 안쪽에서, 온기를 지니고 살아 있는 피가 되어 흐른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 버리려던 고양이가 여전히 기억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과 같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