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우케 앙엘 지음ㅣ율리아 뒤르 그림ㅣ김서정 옮김ㅣ봄볕

디스코 파티

프라우케 앙엘 지음ㅣ율리아 뒤르 그림ㅣ김서정 옮김ㅣ봄볕ㅣ32쪽ㅣ1만3000원

새 여자 친구가 생겼다. 우리 유치원에서 제일 예쁘고 똑똑한 피나다. 피나가 말하길 이 세상에 여자 색깔, 남자 색깔 그런 건 없단다. 좋아하는 색깔만 있다고 했다. 그럼 나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빨강이랑 분홍을 좋아해요. 보라색이랑 장미색도 좋아하지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부숴야 한다고 이르는 책은 많지만, 이토록 세련되게 허를 찌르는 동화는 드물다. 이야기는 별것 없다. 연필로 테두리 그려 크레파스로 속을 채운 그림도 소박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은 꼭 이맛살 짚어봤을 주제다.

/봄볕

유치원에서 난리가 났다. 아빠들 사이에서도 이론이 분분하다. 남자애가 분홍빛 여자 잠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여자애가 운동장에서 신나게 공을 찼기 때문이다. 애들은 그저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운동을 했을 뿐이다.

치마를 입고 온 주인공을 향해 유치원 선생님은 득달같이 달려와 공룡이 그려진 티셔츠로 갈아입힌다. 피나가 축구를 잘한다는 소식에 같은 반 에디의 아빠는 “여자애는 축구 하는 거 아니야”라고 소리친다. “게다가 너, 남자애가 그런 꼴로 입을 거면 고추를 떼어 버려라.”

“애가 게이가 됐다”고 어른들이 수군대자 주인공은 피나에게 게이가 뭐냐고 묻는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말해.” 아, 그렇구나! “그럼 나는 게이예요, 아빠를 사랑하니까요.” 해맑게 대꾸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었던 마음속 선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피나는 정말 똑똑해요. 나는 예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