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ry L. Trump 메리 트럼프는 “우리 가족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른 가족들과 굉장히 비슷하다.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내게 ‘책을 통해 부모와 형제자매와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가족이란 보편적이다. 부모가 위험하고 병약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면 그 가정엔 재앙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도널드 삼촌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은 코로나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겪음으로써 자신이 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사람들이 믿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는 타인의 목숨이나 안전함보다 ‘강인함’을 우선시한다. 자신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뭐든 할 것이다.”

14일 줌으로 만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55)의 표정은 비장했다. 미국 케이프코드 자택에서 뜨거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카메라 앞에 앉은 그는 트럼프가 코로나 확진 판정 열흘 만에 대중 앞에 나타나 마스크를 벗고 연설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승자는 오직 한 명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패자’라는 신념을 가진 할아버지는 아들들의 나약함을 용납하지 못했다. 친절함, 신체적 아픔 등을 모두 나약함이라 여겼다. 어릴 때 어머니가 아파 부모의 돌봄 없이 외롭게 자란 도널드는 일찍이 나약해지면 안 된다 결심했고,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나약함’으로 취급하고 있다.”

/다산북스 메리 트럼프가 쓴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한국어판 표지.

메리는 가문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가 알코올중독 합병증으로 1981년 세상을 뜬 도널드의 형 프레디의 딸이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아델피 대학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자신의 가족사와 도널드 트럼프의 심리적 약점을 연관시켜 분석한 책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은 지난 7월 미국 출간 당일 100만부 팔렸다. 트럼프는 가문의 비밀 유지 합의 위반을 이유로 출판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공익 실현과 표현의 자유를 높이 사며 메리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까지 미국 판매량은 135만부. 백악관은 이 책에 대해 “할아버지 유산 상속에서 제외된 메리가 돈 벌려고 날조했다”고 공격했지만, 메리는 “내가 상속을 못 받은 건 20년도 더 된 일이다. 분노를 참고 있기엔 너무 오래됐다”고 맞받아쳤다. “나는 미국인으로서 미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책을 썼다. 알코올중독에 걸린 실패자로만 알려진 아버지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일 역시 무척 중요했다.”

메리는 “‘너무 많은 것’ 혹은 ‘충분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 아동 학대의 핵심”이라 썼다. 책 제목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Too much and Never enough)’과도 상통한다. “아빠는 장남이라 과잉 기대, 지나친 훈육 등 모든 게 과한 환경에서 양육됐다. 친절하고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었는데 할아버지에겐 나약하게 보였다. 도널드는 절대 형처럼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도널드는 무관심에 대한 공포와 형을 파멸로 이끌었던 실패에 대한 공포 사이의 어두운 공간에서 부유하고 있다. 그의 허세는 오직 단 한 청중, 오래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폭로서를 쓴 조카 메리 트럼프를 "걔를 존중하거나 좋아한 적이 없다"면서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메리는 또 “이 나라는 도널드의 ‘해로운 긍정성(Toxic Positivity)’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확신만 있다면 신(神)이 그 사람에게 원하는 대로 번영을 이루어주리라’며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고 설파한 노먼 빈센트 필 목사의 교리를 맹신한 할아버지는 누군가 실패하거나 아픈 건 긍정의 힘이 부족해서이며 모두 그 사람 탓이라 믿었다. 할아버지를 보고 자란 도널드는 나쁜 일을 절대 자신과 연관 짓지 않으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대응이 늦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내 사망자가 21만5000명이 넘는다.”

가족은 애증의 존재다. “삼촌에게 하고픈 말이 없냐”고 묻자 메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널드에 대해선 연민을 갖고 있다. 아주 힘든 유년기를 겪었다. 그러나 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이들도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도널드가 코로나에 감염된 이유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무모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이 있는데도 무책임하게 행동한다. 자기야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미국의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제발 이 모든 걸 멈추라’고 하고 싶다. 놀라운 점은 이방카나 백악관 참모들이 도널드의 충동으로부터 그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를 진심으로 위한다면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해야 한다. "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역전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미국 인구의 약 40%가 아직 도널드를 지지한다는 것이 놀랍다. 애초에 도널드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건 힘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자리를 지키도록 도와주는 건 도널드보다 더 유약한 이들"이라고 했다. "인종차별주의자, 여성혐오주의자 같은 나약한 자들이 도널드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도널드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나약한 사람인데,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도널드를 나약함을 딛고 성공한 사람이라 여겨 존경한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도널드의 재선은 푸틴, 에르도안, 두테르테,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전 세계 자유 민주주의의 종식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이 승리할 것이다. 11월 3일 이후 우리는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출간 첫날 100만부 팔린 도널드 트럼프 비판서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을 쓴 메리 트럼프가 본지 곽아람 기자와 줌으로 인터뷰했다. 메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