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추석 연휴를 맞는다. 이전처럼 대가족이 모여 즐기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현실. 방역 당국도 이번 명절엔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를 권고한다. ‘집콕’ 하면서 두꺼운 책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물 마시듯 책을 읽는다”는 소설가 장강명이 책장이 휙휙 넘어갈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벽돌책 5권을 골랐다.

/일러스트=박상훈

고향은 내려가지 않는 게 좋고, 해외여행은 갈 수 없고, 사람 많이 모이는 곳도 피하라고 하니, 참 희한한 추석 연휴다. 5일 동안 ‘집콕’ 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5일 내내 누워서 쓸모없는 정보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배 터지게 추석 음식 먹으며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날 후회하겠다’고 다짐하는 분은 아무도 없으리라. 그러나 결국 그렇게 될 위험이 상당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연휴를 ‘벽돌책 격파 기간’으로 삼고 집에서 700쪽이 넘는 두툼한 책 한 권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연휴를 바쳐도 후회 없을, 읽고 나면 틀림없이 뿌듯할 책들로 다섯 권을 골랐다. 아무리 다독가라 해도 이 중 두 권 이상을 5일 동안 읽기는 힘들 것이다. 독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정보들을 함께 정리해봤다.

우리 본성의 선한천사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지음|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

∇초간단 요약=인류 역사에서 폭력이 꾸준히 줄고 있고 그 주된 원인은 이성과 과학의 발전에 있음을 다양한 근거로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읽어서 좋은 점=가히 ‘사람 인생을 바꾸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역사가 발전하고 있으며 인간이라는 종(種)에게 희망이 있음을 알면 세계를 다시 보고, 그 속의 자기 삶도 다시 보게 된다. 치밀한 논리와 근거로 거대한 주장을 빈틈없이 펼치는 저자의 필력도 인상적이다. 지적인 책을 즐기는 독자, 젊은 독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읽을 때 주의점=들고 다니며 읽을 수는 없다. 책 무게가 2kg이 넘는다. 판형도 크다.

∇읽는 데 며칠 걸릴까=5일 내내 붙들고 있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전체 1408쪽이고 내용도 가볍지 않다. 다행히 지루한 책은 절대 아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이창신 옮김|김영사

∇초간단 요약=인간이 어떻게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지 분석하고, 그런 비이성적 행동을 염두에 둔 사회 정책을 이성적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읽어서 좋은 점=한 학문(행동경제학)의 ‘성경’에 해당하는 책인데도 읽기 어렵지 않다. 우리가 인간의 어리석음을 다스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기고, 개인 차원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법에 대한 유용한 조언도 얻을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대표작을 완독했다고 은근히 자랑할 수 있는 건 덤.

∇읽을 때 주의점=이창신 번역가가 옮긴 개정판으로 읽어야 한다. 초판은 번역이 좋지 않다.

∇읽는 데 며칠 걸릴까=개정판 기준으로 전체 728쪽이다. 예시가 많고 내용도 술술 읽히기에 단번에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전에 70쪽, 오후에 80쪽이라는 식으로 꼭꼭 씹어 소화하는 편이 낫다.

축의 시대

축의 시대

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

∇초간단 요약=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현대 종교들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을 소개하며 종교와 신앙의 본질을 탐구한다.

∇읽어서 좋은 점=한국 사회에서 요즘처럼 교회가 비판의 대상이 된 적도 없는 것 같다. 진정한 영성이란 무엇인지, 종교인의 삶이란 어때야 하는지를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인문학적 호기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한다.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불교 철학에 이르기까지 이해의 깊이와 폭을 한 단계 더 확장시켜 준다.

∇읽을 때 주의점=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와 성경의 기원에 대해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부분은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읽는 데 며칠 걸릴까=전체 740쪽이다. 하루에 150쪽씩 읽으면 5일 내로 마칠 수 있다.

핑거스미스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지음|최용준 옮김|열린책들

∇초간단 요약=젊은 소매치기 여성이 시골에 사는 젊은 상속녀를 사기 치기 위한 계략에 가담했다가 상상도 못했던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데….

∇읽어서 좋은 점=이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도 드물다. 생생한 묘사에 19세기 영국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으며 사랑과 희생, 책과 인간의 관계, 페미니즘 등 생각할 거리도 상당히 많이 던진다.

∇읽을 때 주의점=상당히 야하다. 가족 옆에서 읽다가 혼자 얼굴이 붉어질 수도 있다. 영화 ‘아가씨’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후반부는 꽤 다르다.

∇읽는 데 며칠 걸릴까=개정판 기준으로 전체 832쪽인데 책장이 쑥쑥 넘어간다. 반전이 거듭되기에 중간에 끊어서 읽는 게 힘들 정도. 내 경우에는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서창렬 옮김|현대문학

∇초간단 요약=조이스 캐럴 오츠, 존 업다이크, 닐 게이먼 등 다양한 소설가들이 고전 동화를 현대식으로 바꾸거나 재해석해서 쓴 단편소설 41편을 모은 소설집.

∇읽어서 좋은 점=한 편 한 편은 길지 않아 부담이 없다. 익히 아는 전래 동화를 작가들이 어떻게 뒤틀었는지 예상하고 ‘나라면 어떻게 바꿔볼까’ 곱씹는 재미가 있다. 리얼리즘 계열에서 환상문학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있지만 수준은 고르게 높다. 문학 독자들에게는 영미권의 젊은 작가들을 만나는 기쁨도 선사한다.

∇읽을 때 주의점=제목이 살벌해서 친척들 앞에서 읽을 경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난이도가 높은 작품도 몇 편 섞여 있다.

∇읽는 데 며칠 걸릴까=전체 824쪽이지만 수록작 전체를 다 읽지 않아도 된다. 재미없다 싶은 작품은 건너뛰어도 되고, 다 읽지 못하면 연휴가 지난 다음에 마쳐도 부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