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지음|생각의힘|308쪽|1만9000원

1921년 6월, 유대인 작곡가 쇤베르크는 잘츠부르크 인근 마을로 가족 휴가를 떠났다가 회복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마을에 “유대인은 환영하지 않는다”고 적힌 포스터가 나붙더니, 급기야 마을을 떠나라는 요청을 받은 것. 쇤베르크는 이미 개신교로 개종했고 1차 대전에도 참전했지만, 이 반(反)유대주의 사건으로 오스트리아인으로서 자기 확신이 뿌리째 흔들렸다. 그는 유대 백성의 출애굽을 떠올리며 오페라 ‘모세와 아론’을 썼다.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이 충돌할 때, 경제적 궁핍과 예술적 자각 사이에서 방황할 때, 음악가들은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종교적인 곡을 썼다. 바흐의 칸타타와 수난곡, 헨델의 오라토리오 같은 ‘종교음악’뿐 아니라,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베르디의 ‘나부코’ 같은 성서 모티브의 오페라 등 ‘종교적인 음악’도 함께 다뤘다. 이야기를 구약·신약 성서 순서로 배치한 것도 흥미롭다. 참고 도서 목록은 추가 독서를 위한 길잡이이자, 저자가 이 책에 들인 노력의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