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 ‘시무 7조’를 쓴 진인(塵人) 조은산의 또 다른 상소문을 읽다가 끝부분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신(臣) 김○미’ 대신 붕어를, ‘신 추○애’ 대신 개를 등용하라고 일갈했던 그 글입니다. 마지막에 이렇게 썼네요. “이천이십년 팔월/ 인천 앞바다에서 썩은 새우의 더듬이를 핥으며/ 진인 조은산은 삼가 올립니다.” 이전에 없던 ‘썩은 새우의 더듬이를 핥으며’라는 표현을 새로 넣었더군요.
썩은 새우? 무슨 뜻일까요. 상소문에서 ‘조정 대신’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폐하’라는 극존칭을 썼던 그가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을 주며 숨은 뜻을 드러낸 것이지요. 폐하는 ‘폐하(陛下)’가 아니라 ‘폐하(廢鰕)’ 즉 ‘썩은 새우’란 뜻으로 썼다고 슬며시 밝힌 것입니다.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으란 말이지요.
한자의 뜻을 바꿔 권력을 조롱하는 방식은 꽤 전통이 있는 수법입니다. 50년 전인 1970년 김지하는 시 ‘오적(五賊)’에서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의 한자를 바꿔 이들을 짐승에 비유했습니다. 권력을 향한 신랄한 풍자였지요. 김지하는 그해 쓴 글 ‘풍자냐 자살이냐’에서 “풍자는 강렬한 증오의 표현”이라고 적었습니다. 죽을 만큼 견디기 어려울 때 풍자라는 형태의 권력 조롱이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김수영은 1961년 ‘누이야,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다’라고 시를 썼고요.
풍자는 풍자하는 수준이 중요합니다. 자칫 수준이 떨어지면 유치해지기 쉬우니까요. 진인 조은산의 풍자는 어떤가요. 자신을 ‘먼지 같은 사람’이라 낮췄으나, 이 정도면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할 만한 수준이라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