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페르하에허 지음|이승욱 이효원 송예슬 옮김|반비|344쪽|1만8000원
권위의 약화와 실종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벨기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의 책을 읽고 있으면 유럽에서도 엇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아이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교사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동기 부여를 해주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권위의 위기는 최근 일어난 현상이 아니며, 계몽주의 시대부터 권위는 줄곧 공격받았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권위에 대한 저항감은 우리의 정체성에 깊게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저항을 상징하는 ’68혁명' 이후에 권위는 말 그대로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저자는 의사 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숙의(熟議) 민주주의와 수평적 권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결론에 이르면 기시감이 들지만, 낡은 권위의 해체와 대안의 부재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