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의 탈은 다른 듯 닮았다. 한국의 어우러짐, 중국의 영웅, 일본의 기도 등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은 가면극에 탈 쓴 사람들 모두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꿈꿨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MASK-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은 한국 탈 120여 점, 중국 탈 80여 점, 일본 탈 40여 점이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오아란 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 대해 "탈을 쓴 사람들 진심은 잘 먹고 잘살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한중일 3국의 탈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한자로 통하고, 다른 가면극을 하지만 같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삼국 사람들의 탈을 통해 아시아 문화를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가면극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탈들이 전시됐다. 고려시대 하회별신굿탈놀이, 1930년대 북청사자놀이 등 한국 탈놀이에 등장하는 말뚝이 대 양반, 취발이 대 노장, 할미 대 영감을 표현한 탈들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다.
오 학예연구사는 “노장과 취발이에 등장하는 눈꿉쩍이 가면은 1980년대 제작됐고 국내에 유일하게 움직이는 가면”이라며 “한국 가면은 끝나고 태워 버려서 원형을 찾기 여렵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원형 가면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가면들은 나희(儺?)에 등장한다. 나희는 역사 속 영웅과 이웃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가 담겼다. 정 연구관은 중국탈의 차이점에 대해 "중국 탈은 여러 문양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사람이 가면을 쓰면 신으로 변신한다"며 "중국 가면극은 서사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부에서는 일본 가구라(神?) 가면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오 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위해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서 대여해 왔다"며 "지역에서 모시는 신들의 가면들도 전시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가구라는 일본 고유의 신앙인 신토에서 볼 수 있는 무악(舞樂)이다. 신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신을 흉내내는 일본 가면극은 신을 즐겁게 했던 그 보답으로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개인과 집단의 기도였다.
오 연구사는 "일본 가구라 예능인이 가면극에 쓴 가면들은 신을 표현한 가면이 많다"며 "일본 가면은 신을 표현했기 때문에 신사에 원형이 모셔져 있고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 있는 가면들은 복제품"이라고 설명했다.
'2부. 같은 마음'에서는 사자탈을 중심으로 삼국이 잘 먹고 잘사는 마음을 표현한 가면들이 선보인다.
잘 먹는 풍요를 바라는 가면으로 한국에는 강릉관노가면극 장자머리, 하회별신굿탈놀이 각시, 주지, 할미 가면들이, 중국에는 풍농의 신 이랑신과 다산의 신 나공과 나파, 일본에는 벼의 신 기쓰네, 풍요의 신 다이코쿠테과 에비스 등의 다양한 가면이 전시되어 있다.
잘사는 벽사를 바라는 대표가면으로 삼국 사자탈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자는 삼국 모두에서 귀신을 쫓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오 연구사는 사자탈들의 차이점에 대해 "중국 사자탈은 화려하고 눈에 스프링 달려있고 일본은 개를 닮아 순한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북청사자놀이에 등장하는 사자탈은 털이 오방색이란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3부 ‘다양한 얼굴'에서는 한이 담긴 여인의 얼굴, 웃음기 가득한 익살꾼의 얼굴, 중국과 일본에까지 위용을 떨쳤던 옛 한국인의 얼굴을 표현한 가면들이 한데 모였다.
오 연구사는 “삼국 가면극에 모두 백제, 신라, 고구려에서 활약한 한국인 얼굴을 표현한 가면들은 삼국 교류사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덧붙였다.
2022년도부터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 가면과 가면극 연구 조사 사업을 추진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번 전시와 함께 '한국·일본·중국의 가면과 가면극' 3권도 발간했다.
이 학술 총서에는 '북청사자놀음' 등 한국 가면극 20종, '고토 카구라' 등 일본 가면극 23종, '무안나희' 등 중국 가면극 24종이 망라되어 있다. 전시는 2024년 3월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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