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사망하면 그림값이 올라간다. 작품 수량이 더는 늘지 않아 희소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추모 사업이 시작되고 재평가도 활발해진다. 화가의 죽음은 시장성이 있는 셈이다.
스페인 대표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시신이 스페인 아트페어(아르코)에 등장했다. 정확히 말하면 죽어 누워있는 피카소를 실물 크기(키는 조금 늘였지만)로 제작한 조각이다. 작품명 ‘피카소 여기서 죽다’(2017). 흔히 피카소를 떠올릴 때 곧장 연결되는 이미지(파랑 줄무늬 티셔츠, 밝은 리넨 바지)에 착안한 작품이다. 비석(碑石)과 함께 다소곳이 눈 감은 화가 앞에서, 관람객들은 열심히 ‘인증샷’을 찍어댔다. 행사는 26일까지 열렸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이 조각은 담고 있다. “방문객의 즐거움을 위해 설계된 테마파크처럼 점차 변해가는 도시 디자인에 대한 숙고”도 포함한다. 스페인 조각가 에우제니오 메리노(48)는 미국 매체 아트뉴스를 통해 “‘관광 예술 소비자’가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장소”이자 “기념품”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피카소 50주기이고, 마드리드·바르셀로나·말라가·빌바오 등 스페인 전역에서 피카소 전시가 열린다. 소비하는 대신 성찰하기를 에둘러 청원한 것이다.
의미는 의미이나, 이 조각도 역시나 상품이다. 실리콘으로 만든 이 피카소 시신은 3개 한정판으로, 개당 4만5000유로(약 6200만원)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