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밥그릇 500개가 전시장 구석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 남북 화합을 기원하는 다수의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설치미술가 강익중(62)씨가 “보기만 해도 배불러” 지난 10년간 전국을 돌며 사 모은 것이다. 분단 이전에 제작된 낡은 밥그릇이 한솥밥 퍼먹던 시절을 상징한다. 작품 제목이 ‘우리는 한 식구’<사진>다. 밥그릇 사이에 설치한 스피커에서는 임진각 인근에서 녹음한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밥그릇마다 ‘福’(복)자가 적혀 있다. /갤러리현대

사기 밥그릇 500개가 전시장 구석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 남북 화합을 기원하는 다수의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설치미술가 강익중(62)씨가 “보기만 해도 배불러” 지난 10년간 전국을 돌며 사 모은 것이다. 분단 이전에 제작된 낡은 밥그릇이 한솥밥 퍼먹던 시절을 상징한다. 작품 제목이 ‘우리는 한 식구’<사진>다. 밥그릇 사이에 설치한 스피커에서는 임진각 인근에서 녹음한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밥그릇마다 ‘福’(복)자가 적혀 있다.

그러나 밥그릇을 걷어차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최근 잇따르며, 당초 작품이 의도한 평화적 의미는 완전히 뒤집혔다. 뒤집힌 밥그릇이 겸상은커녕 식사 자체의 불가능성, 못난 가부장의 횡포로 기근에 방치된 식솔의 안타까운 허기로 치환돼 버린 것이다. ‘福’자마저 전복돼 묘한 불행의 암시처럼 읽힌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평화의 밥은 아직 뜸도 들지 않았다”며 “언제 다시 밥주걱을 들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밥그릇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개인전에 12월 11일까지 놓여 있다.

뒤집힘은 반목을 상징하고, 이는 남북뿐 아니라 좌우에도 해당한다. 강씨는 “세상의 불화가 너무 극심하다”며 얼마 전 아침에 쓴 시(詩) 하나를 보여줬다. “대파냐 쪽파냐/ 좌파냐 우파냐/ 눈물 나는 건 매한가지/아린 건 매한가지/ 어차피 한 식구/ 밥이나 먹자.” 두 개의 밥그릇을 입끼리 포개면 어여쁜 달항아리 형태를 띤다. 그저 맞붙였을 뿐인데 끼니 걱정을 넘어서는 새로운 미학이 탄생한 것이다. 달항아리 회화로도 유명한 강씨는 “달항아리는 연결이 낳은 아름다움의 대표적인 증거”라며 “밥그릇으로 달항아리를 제작해 다음 전시에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