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문학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소설 ‘율리시스’는 실제 보물 같은 책이다. 한정판 가격이 현재 1200만원에 달한다.
야수파 거장인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가 표지 및 삽화를 그렸기 때문이다. 1935년 뉴욕 ‘리미티드 에디션스 클럽’ 측의 의뢰로 1500부 소량 제작한 희귀본 ‘율리시스’에는 마티스의 동판화 6점, 드로잉 20점이 담겨 있다. ‘아트(art)’로 대접받는 이유다. 이 책이 올해 ‘율리시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청담동 소전문화재단 북아트갤러리에서 내년 3월까지 전시된다. 마티스 외에도 22인의 작가가 만든 ‘율리시스’ 관련 아트북을 소개하는 자리다.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가 쓴 이 역작은 더블린을 배경으로 1904년 6월 16일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주인공의 하루를 줄거리로 삼는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기술법, 수수께끼같은 언어유희, 그로 인해 독자를 괴롭히는 난해함으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그린 마티스 역시 이 소설을 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머의 ‘오디세이’를 읽고 그림을 그렸다. ‘오디세이’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라틴어식 이름이 ‘율리시스’다.
책에 담긴 그림 전부가 ‘오디세이’ 내용인 이유다. 표지화에 양각된 금박의 소행성 중앙에는 그리스 신화 속 왕녀 ‘나우시카’와 두 시녀가 바다에 좌초된 오디세우스를 발견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율리시스’에서 나우시카 무리는 주인공의 시선을 잡아끄는 해변의 세 여인으로 등장한다. 신화를 옮긴 그림들이 소설의 어느 장면과 연결되는지 유추하는 것도 감상의 재미다. 마지막 장에는 마티스의 친필 서명이 담겨 있다. 귀한 몸이라 만지면 안 된다. 북아트갤러리 측은 “책장을 넘기고 싶을 때는 관리자를 부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