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식·이승조·장욱진·박서보…. 일찍이 거장들의 주요 개인전을 개최하며 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두손갤러리’가 30년 만에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 건물에서 최근 재개관했다. 1984년 동숭동에서 개관해 1992년까지 운영됐고, 이듬해 창업주 김양수 대표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영업을 멈춘 유명 화랑이다. “미술에 쏟아지는 유례없는 관심 속에서 한국 작가를 적극 후원하고 글로벌 무대와 뜻깊은 교류의 장을 열기 위해 다시 시작한다”고 했다.
김환기·이중섭·박수근 등 근현대 대가의 작품을 취급했고, 특히 백남준과 친분이 깊어 김 대표를 모델로 한 TV 로봇 ‘Mr. Kim’(1997)이 제작됐을 정도다. 김 대표는 이를 미국 브루클린미술관에 한국실 확장 기념으로 기증했다. 1989년 미국의 전설적 갤러리스트 레오 카스텔리를 만나 ‘5 Great American Artist’ 전시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로버트 라우셴버그·앤디 워홀·제임스 로젠퀴스트·프랭크 스텔라 등 이름만으로 압도되는 이들이 참여 작가였다.
이번 재개관을 맞아 백남준 대작 ‘M200′부터 한지(韓紙) 작가 전광영의 대표작 ‘집합’ 등을 선보인다. 설치미술가 이수경의 개인전도 30일까지 진행한다. 대표작 ‘번역된 도자기’부터 ‘달빛 왕관’ ‘불꽃’, 그리고 올해 시작한 몽환적 회화 ‘오 장미여!’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향후 현대미술 뿐아니라 고(古)미술과 공예·디자인 등 다양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