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와대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처럼 미술 공간으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미술계와 문화재계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5일 한국미술협회·한국서예협회·한국공예예술가협회 등 54개 문화예술단체는 성명을 발표해 “청와대를 시각문화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면서 콘텐츠를 통해 청와대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일은 민족적인 축제가 될 것”이라며 “한국 근현대사에서 상처의 땅인 청와대를 문화와 예술로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술계는 이번 청와대 활용 구상안(案)이 일대의 도시 재생 효과를 낳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작게는 청와대, 크게는 서울 중심인 서촌과 경복궁·북촌·창덕궁·종묘·인사동을 연결해 역사와 미래가 교차하는 신개념 복합지구를 마련할 기회”이자 “향후 상징적 문화예술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는 방문객 130만명을 넘기며 대표 관광지로 부상했다.
반면, 문화재계는 발끈하는 모양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문화재청지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청와대의 역사성과 개방의 민주성을 도외시하고 거대하고 화려한 궁전으로 되돌리는 퇴행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고자 하는 전문가와 현재 청와대를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묻고 들은 적이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청와대 개방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소위 상위 부처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닌가”라고도 했다. 문화재청은 직전까지 청와대 개방 업무를 관장해왔다. 주도권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와대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미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원형 보존을 전제로 청와대에 소장된 600여점의 미술품을 활용해 본관·관저·영빈관·춘추관을 ‘프리미엄 근·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단장한다는 게 큰 골자다. 문화재청 역시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